‘여기도 지옥’ 목숨 걸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가자 피란민들

2023.10.24 21:24 입력 2023.10.24 22:58 수정

이스라엘 ‘대피령’ 엄포에

남부로 피란한 북부 주민들

식수·식량 부족…위생 열악

‘안전 약속’ 깬 공습에 유턴

<b>누워서 기다리는 것밖엔…</b>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가자지구 주민들이 23일(현지시간)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 누워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누워서 기다리는 것밖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가자지구 주민들이 23일(현지시간)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 누워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에 따라 목숨을 걸고 가자지구 남부로 피란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과 열악한 환경에 부딪혀 다시 북부로 돌아가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의 토머스 화이트 국장은 23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집과 생업 등 모든 것을 버리고 남부로 온 피란민들이 식수와 식량 부족에 못 견뎌 몇몇은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7일째인 지난 13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이동하라고 요구하면서 가자시티 등 하마스 주요 시설이 많은 북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은 “테러 조직의 공범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100만명이 넘는 가자 북부 주민들이 피란길에 올랐으나 남부는 처참한 상황에 처해 있다. 칸유니스 인근에는 피란민 60만~70만명이 몰려들어 식수와 식량, 대피소가 극도로 부족하다. 화장실 한 칸을 수십명이 공유하고, 물은 1인당 300㎖만 배급되는 실정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스라엘의 대피령에 따라 목숨을 걸고 남부까지 피란했지만, 북부로 돌아가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약 220만명) 약 3분의 2인 140만명이 지난 2주 동안 집을 떠나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주말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하는 라파 검문소를 통해 식량과 물, 의약품을 실은 트럭 34대가 도착했지만, 유엔은 주민들에게 필요한 연료와 물품을 충족시키려면 하루에 수백대를 더 들여보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엔 난민구호기구의 화이트 국장은 “분쟁 이전 가자지구에는 하루에 455대의 트럭이 들어오고 있었다”며 연료와 구호품 공급을 확대하지 않으면 병동 운영 등 구호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공격 역시 피란민들을 다시 북부로 돌아가게 하는 요인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쪽에 ‘안전지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곳에도 공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유엔인권기구(UNHCHR)의 라비나 샴다사니 대변인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남부를 포함해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지속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며 “궁핍한 남부 가자의 생활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일부 북부 피란민들을 다시 북으로 떠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터널, 수십개의 작전지휘센터, 군사기지, 관측소를 포함해 지난 하루 동안 가자지구에서 테러리스트와 관련된 320개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당국에 따르면 22일 오후부터 24일 새벽까지 하루 반 동안 약 600명이 사망했다. 칸유니스에 머물고 있는 한 실향민은 로이터통신에 “그들(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가 안전한 지역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가자 전체에 안전한 공간은 없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