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앞두고 히잡 단속 강화…후보는 ‘개혁 1·보수 4’로 압축

2024.06.27 15:24 입력 2024.06.27 16:40 수정

히잡법 어긴 여성의 자동차 수천대 압수

이란 여성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개혁파 대통령 후보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와의 만남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이란 여성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개혁파 대통령 후보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와의 만남에 참석했다. AFP연합뉴스

대통령 보궐선거를 앞둔 이란에서 히잡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했다. 여론조사로는 개혁파 후보가 근소한 1위를 달렸으나, 28일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결선 투표에서 보수표가 결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파 후보들은 히잡법을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이날 AP 보도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최근 오후마다 경찰차가 주요 광장과 교차로를 돌며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하거나 전혀 쓰지 않은 여성을 단속하고 있다. 2년 전 대학생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이후 한때 도덕경찰이 거리에서 사라지기도 했으나 다시 규제가 강화된 풍경이다. 이란 당국은 히잡법을 어긴 여성의 자동차 수천 대를 압수했으며,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도 단속했다.

또한 이란 경찰이 지난 4월 새로 발표한 히잡 단속 계획 ‘누르’(빛)도 여전히 시행 중이다. 독립 매체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누르 발표 이후 경찰과 특수부대가 히잡 착용 의무를 거부하는 여성을 폭력적으로 체포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온라인에선 여성이 강제로 끌려가거나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여성이 폭행당하는 영상도 확산했다.

이렇듯 삼엄해진 분위기 속 28일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히잡법에 어떤 태도를 가진 후보가 선출될지 주목된다. 현재까진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만 “누르를 통해 개입하면 우리는 어둠 속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히잡법을 비판한 상황이다. 다른 후보들은 히잡법을 폭력이 아닌 완화된 방식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 당국이 히잡 착용 강제성을 확대하기 부담스러워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의회는 히잡법 위반에 징역 10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으나,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관장하는 이란 헌법수호위원회에서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이란 여성들은 히잡을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 항의를 꾸준히 지속하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비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한 여성(34)은 “경찰이 여성들과 싸우고 싶어하지 않지만 그러라고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당국은 물러서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좋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것”이라고 AP에 말했다.

한편 27일 현재 보수파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 부통령이 후보직 사퇴를 선언하며 남은 후보는 5명(보수 4·개혁 1)으로 줄었다. 하셰미 부통령은 “혁명세력의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전을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히며 보수표 결집을 독려했다.

이는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페제시키안 후보가 지난 2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24.4%)에 등극한 것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메네이의 측근 사이드 잘릴리 전 이란 핵협상 대표는 24.0%, 유력 후보로 평가받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14.7%로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페제시키안 후보가 상위 두 후보가 맞붙는 결선 투표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28일 페제시키안 후보가 1위로 득표하더라도 최종 당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과반 획득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 달 5일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하는데, 이때 보수표가 결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형식적으로는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하지만, 헌법수호위원회가 후보자를 사전에 거른다는 점에서 선거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도 헌법수호위원회는 출마자 80여명 중 여성과 급진 개혁파 정치인을 대거 탈락시켰다. 페제시키안 후보를 포함시켜준 것 자체가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로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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