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0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거리에서 한 여대생이 무장괴한의 총에 맞고 쓰러졌다. 가슴과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간 네다 솔탄(당시 27세)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돌 한 번 던지지 않은 평범한 여대생’이던 솔탄은 거리를 지나다가 이슬람 민병대로 보이는 괴한에 저격당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다만 자유와 개혁을 바라는 여성이었을 뿐인 솔탄은 그 순간,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그달 12일 이란에서는 대선이 실시됐다. 이미 그 전부터 테헤란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과 선거운동 열기로 뜨거웠다. 30년 전 이슬람 혁명 이래로 독특한 ‘신정(神政)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는 이란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의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진 것은 이례적이었다. 보수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로 대표되는 신정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터져나오면서 선거혁명이 곧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이미 1990년대 중반 이후 10년간 개혁파가 권력을 잡은 적이 있지만, 당시의 개혁은 보수파에 번번이 발목을 잡혀 지지부진했다. 올 대선에서 개혁파의 기수로 떠오른 것은 역설적이지만 미르 후세인 무사비라는 ‘옛 정치인’이었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한창이던 80년대에 총리를 지낸 뒤 정치에서 물러났던 무사비가 억압통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녹색 깃발과 스카프, 현수막으로 거리를 덮었다. 대학교수 출신인 무사비의 아내 자흐라를 비롯한 여성 유권자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하지만 대선 결과는 아마디네자드의 재선이었다. 부정선거가 드러났지만 최고권력기구인 혁명수호위원회는 “결과가 바뀔 정도는 아니었다”고 강변했다. 분노한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오자 당국은 가혹하게 탄압했다. 솔탄을 비롯해 30명 이상이 진압 과정에서 희생됐다. 솔탄은 반정부 단체 조직원의 여동생으로 오인받아 민병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보이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전모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부모는 사흘 뒤 딸의 주검을 테헤란 남쪽의 공동묘지에 묻었다. 당국의 압력 때문에 장례식마저 남의 눈을 피해 치러야 했다.

솔탄이 쓰러지는 순간을 담은 40초짜리 동영상은 곁에 있던 한 남성이 찍은 것이었다. 이 남성은 당국의 탄압을 피해 해외의 지인들에게 비디오파일을 보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영국 가디언 등을 통해 ‘솔탄 동영상’이 퍼져나갔다. 정부는 솔탄이 반체제 투쟁의 상징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이란의 현실을 극명히 드러낸 한 여성의 죽음이 전세계에 알려지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핵 문제로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어온 이란 강경파 정부는 더욱 따돌림을 받게 됐다.

이란 정부는 대선 뒤 야당 인사들과 대학생, 비판적인 언론인들에게 재갈을 물렸다. 수천명이 체포됐고 5명이 사형선고를 받았다. 80여명은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정규군인 혁명수비대가 정치·사회·경제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면서 “이제는 신정이 아닌 군정이 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하지만 탄압 속에서도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일 ‘학생의 날’을 맞아 테헤란대학 주변에서 대학생들이 진압경찰과 충돌했다. 오는 26일에도 시아파 축일인 ‘아슈라’를 맞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