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3대 기축통화

위안화가 달러화처럼 되려면…“중국 금융 개방정책에 달려”

2015.12.01 23:04 입력 2015.12.01 23:15 수정

미국, 위안화 SDR 편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인정

중 금융개혁의 ‘지렛대’로 활용…월가선 사용확대 논의

이론적으로만 보면 미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에서 중국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막을 수도 있었다. IMF에서 가장 많은 지분율(17.69%)을 가진 미국이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우방국들의 반대를 동원하면 부결에 필요한 30%의 반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에서 미국은 IMF의 결정에 반대하지 않았다. 미국도 위안화가 국제통화로서 갖는 비중을 인정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의 발언을 보면 미국은 독일, 프랑스 등과 달리 위안화의 SDR 편입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위안화 3대 기축통화] 위안화가 달러화처럼 되려면…“중국 금융 개방정책에 달려”

루 장관은 위안화가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국제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 금융당국이 환율, 금리 등에 대한 통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미국은 중국이 설립을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국제적 기준에 미달한다며 동맹국의 가입을 말리던 때였다. 하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잇달아 대열에서 이탈해 미국의 위상은 타격을 받았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AIIB에서 교훈을 얻은 미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 결정을 중국의 금융개혁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삼는 쪽을 택했다. 중국 정부가 조건을 충족하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미 때 분명해졌다. 당시 시진핑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IMF가 정한 기준을 충족할 경우 미국이 인민폐(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해주겠다고 한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지만 당장 달라질 것은 많지 않다는 데 다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기본적으로 SDR가 민간이 아닌 각국 정부들 간에 쓰이는 통화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결정에 맞춰 블룸버그 창업자 마이클 블룸버그 등 월가 인물들이 미국 내에 위안화 거래와 어음교환을 허용하는 워킹그룹을 만드는 등 위안화 사용 확대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 관심사는 IMF의 이 같은 조치가 약 100년 전 달러화가 영국 파운드화를 대체하기 시작했던 것과 같은 국제통화 헤게모니 이동의 서막이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위안화가 중요한 국제통화는 되겠지만 달러화를 대체할 정도는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위안화가 달러화와 같은 기축통화가 될지는 중국이 하기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기능하는 것은 미국이 법적, 정치적, 통화적 제도의 틀을 갖춰 국제 투자자들이 언제든 달러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데, 이는 중국처럼 금융·통화 정책을 국가가 통제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달러 트랩: 미국 달러는 어떻게 세계 금융을 장악했나>의 저자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만큼 광범위한 법적, 정치적, 제도적 개혁이 수반되지 않고는 위안화가 통화 피난처로 여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미국 등 서방이 행사하는 금융 제재의 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한 세기 가까이 이어져온 미국 주도의 세계 금융질서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사실까지 부인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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