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코피전략' 가능성은?

2018.02.01 14:53 입력 2018.02.01 19:48 수정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가 소위 ‘코피전략(bloody nose)’이란 대북 선제타격에 반대했다가 중도 낙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내정 철회를 전하면서 “그가 코피전략에 대해 국가안보회의(NSC) 관리들에게 우려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코피전략은 북한의 핵, 미사일 시설에 대해 제한적 타격을 가함으로써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구상이다. 코피전략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9일 백악관 내부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가 코피전략을 거론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북한 핵 문제의 시급성이 깔려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24일 한 싱크탱크 강연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시점을 “수개월 안”이라고 전망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정연설에서 “아주 조만간(very soon)”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경제, 외교적 제재를 가하며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임막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카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은 전통적 핵억지력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불량국가라는 인식도 선제타격이란 무리수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정부 내에서 군사옵션 필요성을 역설하는 인물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목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지난해 8월 ABC 인터뷰에서 미국이 냉전시대에 소련의 핵무기를 용인했듯이 북한 핵도 용인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전통적 억지 이론이 어떻게 북한 같은 정권에 적용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국민에게 말할 수 없이 잔인하고, 이웃 국가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이제는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정권”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인식은 “북한은 잔인한 독재정권”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국정연설에 그대로 반영됐다. 폼페오 국장도 “김정은이 핵무기를 체제보호용 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일단 핵미사일 개발을 완료하면 실제 미국을 공격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차 석좌가 전날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지적했듯이 코피전략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연시킬 뿐, 위협 자체를 해소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전면전으로 이어져 막대한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트럼프 정부로서도 실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코피전략은 미국의 부분 타격에 북한이 대응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은 이날 군사전문지 디펜스 뉴스 인터뷰에서 이같은 전제는 수백만명의 생명을 담보로 한 “매우 큰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일 북한과의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에서 수백만명, 미국인 수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의회조사국(CRS)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으로 한반도에서 충돌이 벌어지면 한국인 2500만명, 미국인 최소 10만명이 희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코피전략이 심각하게 논의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31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들이 최대의 압박으로 협상을 위한 여건을 만든다는 대북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확인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피전략의 버턴을 누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임스 카라파노 헤리티지재단 부회장은 워싱턴포스트에서 “트럼프 정부가 군사옵션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단계가 아닌 만큼 그 문제에 대해 숨을 헐떡거리기에는 이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코피전략 같은 군사적 대응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해 8월 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탑재 ICBM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만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현재로선 트럼프 정부의 선택의 순간을 최대한 늦춰가는 게 북핵 외교의 주요 과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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