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북미대화의 문을 열었다"...미국 전문가들의 남북합의 평가

2018.03.07 13:14 입력 2018.03.07 15:42 수정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를 확인한 ‘3·6 남북 합의’에 대해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다만 북한이 실제 핵폐기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북·미대화의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협상팀도 꾸릴 수 없는 상황인 미국의 준비 상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왼쪽)와 앤드루 여 워싱턴 가톨릭대 교수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왼쪽)와 앤드루 여 워싱턴 가톨릭대 교수

앤드루 여 워싱턴 가톨릭대 교수는 6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과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에 대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확실히 모멘텀은 도발과 위협에서 외교적 관여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릴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 않는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명히 밝힌 상황에서 북한이 상황 진전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하겠다면서 제재 완화나 군사훈련 중단 등 대사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누지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선택한 데 대해 “그의 실용주의와 인내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섣부른 낙관론도 경계했다. 리온 시걸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국장은 안팎의 비판 속에서도 외교적 관여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문 대통령의 결단을 평가했다.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지 표명, 핵·미사일 실험 동결 등도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시걸 국장은 하지만 비핵화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핵프로그램이나 미사일을 포기할 준비가 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 교수도 “어떤 대가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인지 불명한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언급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리온 시걸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국장(왼쪽)과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

리온 시걸 사회과학연구위원회 동북아안보협력국장(왼쪽)과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센터 부소장은 “북한의 모든 행동과 발언은 자체 전략에 따른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체재 생존과 한·미관계 이간질, 북한 주도 한반도 통일 등의 목표에서 나온 유화책일뿐 핵 폐기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당장 북한이 6일 노동신문에서 “핵무력은 정의의 보검”이라고 주장한 사실을 지적했다.

북·미대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여 교수는 “한국이 북·미가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면서 “6개월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대화가 진행되는 중에는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은 미국이 말한 ‘대화를 위한 대화’의 중요한 입구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맥스웰 부소장도 “미국이 관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중요한 양보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발표하지 않은 요구들이 더 있을 것”이라며 “대화는 찬성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 대해서는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자누지 대표는 “미국은 비핵화란 입장만 있지 실질적인 정책이 없다”며 “현재로선 누가 미국 협상 대표단을 이끌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성격이 외교적 진전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백악관의 더 많은 규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 교수는 향후 북·미대화 과정에서 “미국은 비핵화 입장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면서 “동시에 테이블 위에 있는 모든 옵션에 대화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맥스웰 부소장은 1994년, 2005년 북핵 합의가 이뤄졌지만 지켜지지 못한 현실을 지적하며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관여에는 동의하지만 대신 미국은 눈을 크게 뜨고 ‘다시는 속지 말자’는 노래를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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