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집트 요청에 ‘무슬림형제단’ 테러조직 지정 검토

2019.05.01 21:27 입력 2019.05.01 21:30 수정

세계 최대 이슬람 운동 단체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 제기

터키 “되레 IS 돕는 일 될 것”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세계 최대 풀뿌리 이슬람 사회운동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내부적으로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지난달 9일 워싱턴을 방문한 압둘팟타흐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할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온건하고 평화적인 사고와 신념에 따라 지역사회와 인도주의에 봉사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슬람 원리에 따른 정치·행정체계 개편을 목표로 1928년 이집트에서 출범했다. 학교·병원·조합 등 사회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지를 이끌어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에는 자유정의당을 창당해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회원 수는 전 세계 1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슬림형제단은 비폭력 운동을 내세우며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한 어떤 폭력과도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 내에서조차 무슬림형제단이 테러조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며 관련국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터키·요르단은 물론 ‘아랍의 봄’의 발원지였던 튀니지가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한다. 터키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이날 성명에서 “무슬림형제단 테러조직 지정은 중동의 민주화를 저해할 뿐 아니라 IS 같은 무장단체를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 정부가 중동지역 핵심 동맹국인 이집트 시시 정권의 정적 제거를 도우려고 무리하게 움직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시 대통령은 이집트 역사상 최초로 선거로 당선된 무슬림형제단 출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2013년 군부 쿠데타로 몰아냈다. 이후 무슬림형제단을 테러단체로 지정하고 소속 인사들을 잇따라 체포하며 탄압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는 “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은 고려하지도 않는 외국 지도자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까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면 시시 정권의 정적 탄압은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최고국가안보법원은 이날 무슬림형제단 소속 사업가 등 7명에 대해 국가 경제를 해치려는 계획을 세우고 테러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했다며 종신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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