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 상징 돼버린 ‘OK 손동작’···프랑스 르펜도 구설수

2019.05.22 16:40 입력 2019.05.22 22:25 수정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가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케이’ 손동작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AFP연합뉴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가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케이’ 손동작을 하며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AFP연합뉴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가 지난 14일 한장의 사진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극우 에스토니아국민보수당(EKRE) 인사들을 만나기 위해 에스토니아를 방문한 날이었다. 그는 EKRE 루벤 칼레프 의원과 검지와 엄지를 둥글게 모으고 나머지 손가락은 펴는 ‘오케이(OK)’ 손동작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칼레프 의원이 이를 페이스북에 올리자 비판이 쏟아졌다. 손동작이 문제였다.

‘오케이’ 손동작은 일상에선 ‘괜찮다’ ‘좋다’의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쭉 편 손가락 3개가 백인(White)의 ‘W’를, 동그라미가 권력(Power)의 ‘P’를 뜻한다는 것이다. 르펜 대표는 “칼레프 의원이 셀카를 찍자고 요청해 알겠다는 의미로 한 것”이라며 “이런 사소한 행동의 두번째 의미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오케이’ 손동작은 장난에서 시작됐다. 2017년 초 우익성향 커뮤니티인 4챈(4chan) 이용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손동작이 백인우월주의 상징이라는 내용을 퍼뜨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백인우월주의 결사단인 큐클럭스클랜(KKK)의 이름을 따 ‘O-KKK 작전’이라고 불렀다. BBC는 “백인의 가짜 상징을 기자들에게 납득시켜 언론을 조롱하려는 의도였다”고 전했다.

이후 우파나 극단주의자들이 이 손동작을 공개적으로 사용했다. 지난 3월 뉴질랜드에서 무슬림을 상대로 총격테러를 벌여 50명을 사망케 한 브렌튼 태런트이 법정 출두 당시 취재진 앞에서 이 동작을 했다. 지난 7일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컵스의 한 관중은 흑인 해설자 뒤에서 ‘오케이’ 손동작을 했다가 구단 측으로부터 평생 홈구장 출입 금지 조치를 받았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일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원래의 캠페인 뒤에 숨겨진 풍자적인 의도를 버리고 진심 어린 표현으로 그 기호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마르트 헬메 내무장관(왼쪽)과 마르틴 헬메 재무장관이 지난달 29일 장관 취임 선서 도중 ‘오케이’ 손동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에스토니아 마르트 헬메 내무장관(왼쪽)과 마르틴 헬메 재무장관이 지난달 29일 장관 취임 선서 도중 ‘오케이’ 손동작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 손짓의 의미를 섣불리 해석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ADL은 “논쟁을 뒷받침할 다른 맥락의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이 기호를 백인우월주의 맥락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도 “‘오케이’ 손동작은 거의 모든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했다.

EKRE 소속 정치인들이 과거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르펜의 손동작 논란도 어느정도 맥락이 있는 셈이다. EKRE 대표 겸 내무장관인 마르트 헬메는 “토착 백인 에스토니아인들이 이민자들로 대체되고 있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흑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불평했다. 그의 아들이자 재무장관인 마르틴 헬메는 “에스토니아가 백인 국가가 되길 원한다” “당신이 흑인이라면 돌아가라”라고 말했다. 두 부자는 지난달 장관 취임 선서를 하는 도중 손을 들어 올렸다. ‘오케이’ 손동작이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