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연락 차단에 “실망” 이례적 표현…트럼프 ‘대선 코앞’ 상황 관리 주력할 듯

“남북관계 진전 지지” 전제

북한 이슈 ‘악재 차단’ 우선

문 정부에 공간 열어줄 수도

미국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북한이 남북 간 연락채널을 차단한 것을 두고 “실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미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악화가 북·미관계 악화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무력도발이라는 악재가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상황을 관리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북한이 남북한 사이의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한 데 대해 “미국은 언제나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하고 있다. 북한에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은 북한과 관여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 동맹인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북한을 향해 ‘실망했다’고 표현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은 ‘실망’ 표현을 지난해 말 북한이 ‘성탄절 선물’ 운운하며 대미 도발 엄포를 놨을 때 자주 사용했다. 당시 “뭔가 진행 중이면 실망할 것”(12월17일 트럼프 대통령), “약속을 어기면 매우 실망할 것”(12월3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의 말이 나왔다. 당시 발언들은 북한 도발을 가정했던 것이지만, 이번엔 북한 행위에 대해 ‘실망’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다르다. 북한이 연락채널을 차단한 당일인 9일 반응을 냈다는 점에서도 미국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음이 드러난다.

북한 조치는 대북 전단 문제를 풀지 못하고 남북관계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한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북·미 대화에 소극적인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압박 메시지도 담겼다는 사실을 미국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을 방치할 경우 북한 공세가 북·미관계로 번지고, 트럼드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웠던 ‘대북 외교’는 오히려 재선가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마크 패츠패트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한국이 북한에 큰 이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다. 북한은 큰 양보를 얻기 위해 한국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바라볼 여력이 없다.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 실패 논란,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인한 인종차별 시위까지 겹쳐진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에 해왔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북한에 대해 직간접적인 경고를 보내면서 북한 이슈가 대선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이 문재인 정부에 남북관계와 관련해 좀 더 자율적으로 움직일 공간을 줄 가능성은 있다. 미국은 그간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의 보조”를 강조하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등에 제동을 걸어왔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이날 “비핵화 진전과 발을 맞춰야 한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와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뒤늦게 한국 정부의 공간을 조금 넓혀줘봐야 상황이 나아질 것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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