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 대표처’ 검토하자…중국 “레드라인 침범”

2021.09.13 21:27 입력 2021.09.13 21:29 수정

‘타이베이’ 이름 변경 두고 외교·경제·군사 조치 가능성 언급

미국이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명칭을 ‘대만 대표처’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이 중국의 외교·경제·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3일 미국이 워싱턴에 있는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명칭을 대만 대표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거론하며 “명칭 변경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라며 “중국에는 결판을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밝혔다.

환구시보는 그러면서 미국이 실제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명칭을 변경하면 중국이 가장 첫 번째 조치로 주미대사를 소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외교적 조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명칭 변경은 레드라인을 건드리는 것으로 경제·군사적 조치로 미국의 오만함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FT는 미국 쪽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의 이름을 대만 대표처로 바꿔달라는 대만의 요청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 등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관계에서 가장 민감한 핵심 문제”라며 “중국은 이미 관련 매체 보도에 대해 미국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를 대만 대표처로 바꾸는 것을 포함해 대만과 어떤 형식의 공식 왕래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만’이라는 명칭은 중국의 입장에서 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중국과 수교한 나라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의 외교 공관 역할을 하는 대표처에 대만 대신 ‘타이베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중국이 대만 명칭 사용을 대만을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7월 리투아니아가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수도 빌뉴스에 대만 대표처를 개설하자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화물열차 운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명칭 변경 검토는 리투아니아 대만 대표처 설치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중국은 미국이 실제 명칭을 바꿀 경우 미 동맹국을 중심으로 연쇄적인 명칭 변경 시도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이번에 가만히 있는다면 그들은 다음 단계에서 더 멀리 나아가려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명칭 변경은) 중·미 수교의 정치적 기반을 흔드는 것”이라며 “미국의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직접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꿀 의사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관련 보도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이는 미국이 중국과 흥정을 하면서 자주 쓰는 속임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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