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달러 동전?…'국가부도' 거론되는 미국서 회자되는 괴짜 아이디어

2021.09.29 14:04 입력 2021.09.29 14:58 수정

미국 조폐국이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으로 숨진 교사 크리스타 매콜리프를 추모하기 위해 발행한 1달러짜리 기념주화.

미국 조폐국이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으로 숨진 교사 크리스타 매콜리프를 추모하기 위해 발행한 1달러짜리 기념주화.

액면가 1조달러(약 1185조2000억원)짜리 동전 이야기가 미국에서 회자되고 있다. 미국의 국가 부채가 법이 정한 한도를 넘어선 상황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부채 한도 유예를 봉쇄하자 채무불이행 사태를 면할 방법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액면가 1조달러짜리 기념주화를 발행한 다음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예치하면 1조달러를 끌어다 쓸 수 있다는 것이 이 아이디어의 핵심이다. 이 아이디어는 미국 대통령은 기념주화를 자유롭게 발행할 권한이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CNN방송에 따르면 올해 미국 조폐국은 법집행기관기념관을 기념하는 기념주화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으로 숨진 교사 크리스타 매콜리프를 추모하는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이런 기념주화는 액면가가 5~10달러로 소액이다.

미국에서는 2011년과 2013년에도 국가 부채 한도 유예를 둘러싼 대치 국면이 펼쳐졌다. 당시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들이 연구되면서 1조달러 기념주화 아이디어가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은 이론상으론 1조달러뿐 아니라 10조달러, 100조달러 기념주화도 등 거의 무제한으로 발행할 수 있다.

1조달러 동전 발행은 워낙 파격적인 주장인만큼 진지한 이론으로 대접받지는 못하고 있다. 백악관은 국가 부채 한도 초과 사태에 대처하는 길은 의회가 한도 적용을 유예시키는 것이라면서 1조달러 동전 발행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CNN도 진지한 경제학자치고 1조달러 동전 발행이 국가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한 유효한 수단이라고 옹호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통령이 1조달러 동전을 발행해 연준에서 돈을 끌어다 쓴다면 국가부도 사태는 막을 수 있겠지만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은 국가부도 사태를 넘어선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달러를 발행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조달러 동전은 심각한 결함이 있는 노력으로서 나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투자자들은 이런 방식이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 달러화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심각한 금융 위기가 도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란 말이다.

하지만 1조달러 동전 이야기는 호사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최근 민주당 중진 제리 내들러 하원의원이 부채 한도에 관해 논의하던 중 1조달러 동전에 대해 거론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민주당 진보파 의원인 라시다 틀라입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동전주조’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임기 말 한 팟케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잭 류 당시 재무장관과 부채 한도 대처 방안에 관해 토론하면서 1조달러 동전 발행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의회가 18일까지 부채 한도를 올리거나 유예하지 않는다면 부채한도 초과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재무부의 특별 조치는 사실상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유예하거나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다음 달 18일쯤 정부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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