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러시아 국제 의용군 괜찮을까…“유럽 극우단체 배양실 될 수 있어”

2022.03.03 17:14 입력 2022.03.03 19:06 수정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의 한 시민이 1일 화염병을 던지며 러시아군 침공에 저항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지토미르의 한 시민이 1일 화염병을 던지며 러시아군 침공에 저항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직접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각국이 고민에 휩싸였다. 자원자들은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지킨다는 대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해당 국가 입장에서는 실정법과의 충돌 및 자국민의 안전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유럽 극우단체들이 우크라이나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참전해 우크라이나가 ‘극단주의의 배양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입대하겠다는 외국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2일(현지시간) 더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던 영국 공수부대 출신 전직 군인 150명이 우크라이나로 출발했다. 퇴역군인, 구급대원 등도 우크라이나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프랑스 외인부대 저격수 출신의 필립 매칼리(57)는 “런던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긴급여권을 발급받고 바로 휴가를 신청했다”면서 “빨리 출국해 부대를 지휘하고 북아프리카에서 전투에 참여한 경험을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1일까지 일본인 남성 약 70명이 의용군에 지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 중 50명가량은 전직 자위대원이고 2명은 프랑스 외인부대 복무자다. 자위대 출신의 한 지원자는 “우크라이나의 젊은이가 죽을 정도라면 내가 싸우겠다”고 지원 이유를 밝혔다.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입대해 러시아와 싸우겠다고 등록한 외국인이 수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외국인 부대에 ‘영토 수호 국제부대’란 이름을 붙이고, 참전희망자들의 입국절차는 최대한 간소하게 할 방침이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영상 메시지를 내고 “유럽과 우크라이나, 세계를 지키는 싸움에 참여하고 싶으면 우크라이나로 와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는 스페인 내전(1936~1939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시즘 성향 군부 쿠데타로 촉발된 스페인 내전은 이념전으로 번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의용군이 몰려들었다.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유명 작가들도 스페인 공화파·아나키스트·좌파의 편에 서서 싸웠다.

문제는 의용군 입대가 해당 국가 실정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타임스는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 허가 없는 영국인의 참전은 테러리즘 관련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검찰도 정부 허가 없이 참전하는 사람은 ‘2000년 테러리즘 법’ 제1조에 따라 체포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영국 국민의 외국에서의 군복무를 금지하는 ‘1870년 외국 징병법’도 걸림돌이다.

각료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앞서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군과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가기로 한 영국인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도울 방법은 참전 말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국제문제에서 지금처럼 옳고 그름, 선과 악이 분명히 구분되는 때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참전동기는 이해한다’는 식의 반응을 나타냈다.

일본 정부도 자국민의 의용군 지원에 부정적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외무성은 우크라이나 전역에 피신 권고를 발령했다. 목적을 불문하고 그 나라에 가는 것은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크름반도(크림반도) 합병과 동부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의 충돌 등으로 극우 무장세력의 활동 무대가 됐다. 크름반도에서 러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탄압활동을 벌여 온 무장단체 ‘아조프 민병대’가 대표적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의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내건 빌미가 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의용군을 공개 모집하기 전부터 유럽 극우 무장단체들이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극우세력 모니터링 단체인 SITE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프랑스, 핀란드의 백인우월주의·네오나치 그룹이 일제히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싸움에 동참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성명은 유럽 극우사이트 곳곳에 공유되고 있다. 단체들은 가상통화로 후원금도 모집하고 있다.

리타 캇츠 SITE 이사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의 불안정이 수년간 지하디스트 투사를 길러내고 훈련기회를 제공했던 것처럼, 지금 동부 우크라이나의 불안정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내전과 반란은 종종 외부의 자원봉사자들을 끌어들인다. 처음에는 인도적 목적으로 참여했을지라도 결국 갈등과 폭력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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