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사이에서 '전략적 중립'으로 몸값 키우는 인도

2022.03.31 16:34 입력 2022.03.31 16:35 수정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게티이미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게티이미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서도 손익을 계산 중인 중국이 그동안 ‘회색 지대’에 머물러온 인도를 회유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인도가 강대국들에 꼭 필요한 나라로 급부상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인도엔 ‘뜻밖의 선물’을 안겨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인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위기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음을 명시한 유엔총회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지난 2일에 이어 두 번이나 기권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인도는 이날 러시아의 침공 책임을 명시하지 않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결의안에도 기권했다. 대신 적대행위의 종식과 국가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며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인도가 ‘전략적 중립’을 고수하며 미국과 러시아·중국 간 신경전을 활용해 이득을 보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는 서방의 압박 속에서도 전방위적인 대러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엔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사들이기 시작했고,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미국 달러 대신 양국 화폐인 루피화와 루블화로 거래하는 방안까지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제재 이행에 참여하지 않는 제3자에게도 불이익을 주겠다”던 미국은 인도에 비교적 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한 미국 고위 관료를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와 인도 간 석유 거래에 대해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강력한 집단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미국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예년보다 크게 늘리지 않고 할인된 가격에 사들인다면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 수입량도 어느 정도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인도의 러시아 무기 의존도를 낮출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1970년대 초반부터 인도에 무기를 가장 많이 공급해왔으며, 지난 2016~2020년에도 인도 무기 수입의 49%를 차지했다. 빅토리아 눌랜드 미 국무부 차관은 지난 23일 인도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냉전 시기에 인도에 현대 무기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 미국의 잘못도 있다”며 미국이 이 문제를 바로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방위산업 협력 가능성을 암시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도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인도의 자신감은 ‘대중국 안보’로부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입장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를 확실한 아군으로 묶어둘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인도는 러시아와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4년 미국, 일본, 호주와 대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동맹인 쿼드를 결성했다. 쿼드는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으로 평가받는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 신화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 신화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도 인도를 회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러시아 규탄에 참여하지 않은 인도를 회유해 반서방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5일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지난 2020년 국경 충돌로 양국 관계가 냉각된 이후 양국 간 장관급 만남이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과 인도는 협력적인 자세로 다각적 절차에 참여해야 한다”며 협력을 강조했다. 이후 요게시 굽타 전 덴마크 주재 인도 대사는 “중국은 인도가 미국과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 중국에 가세해 쿼드를 분열시키고 약화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인도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예정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1일 중국에서 열리는 제3차 아프가니스탄 주변국 외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후 인도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외교부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라브로프 장관이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뉴델리를 공식 방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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