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 맞은 키이우…“우크라이나군 승리 위해 건배할 것”

2023.02.24 20:24 입력 2023.03.10 14:04 수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1주년인 24일(현지시간) 키이우 독립광장 근처에 채색된 대전차장애물이 놓여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1주년인 24일(현지시간) 키이우 독립광장 근처에 채색된 대전차장애물이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는 긴장감 속에서도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이어갔다. 시민들의 표정은 차분했지만 승리에 대한 의지는 결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어둠 속에서도 승리의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키이우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는 여느 때처럼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열리는 장터가 들어섰다. 지하철도 정상 운행했고 지하상가도 모두 문을 열었다. 러시아가 개전 1년을 맞아 총공세에 돌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예고돼 왔지만, 아날 키이우에서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키이우의 한 주택가에서 24일 열린 알뜰장에서 한 남성이 과일을 사고 있다. 매주 화, 금 정기적으로 열리는 알뜰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은 이날에도 어김없이 열렸다. 키이우| KISH KIM·다큐앤드뉴스코리아

키이우의 한 주택가에서 24일 열린 알뜰장에서 한 남성이 과일을 사고 있다. 매주 화, 금 정기적으로 열리는 알뜰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은 이날에도 어김없이 열렸다. 키이우| KISH KIM·다큐앤드뉴스코리아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계속되는 대규모 미사일 공격과 정전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24일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이자 현대사의 가장 힘든 날이었지만, 우리는 백기를 들지 않았고 파란색과 노란색의 깃발(우크라이나 국기)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은 회복, 돌봄, 용맹, 고통, 희망, 인내, 단결의 해였다. 무적의 해, 분노한 무적의 해였다”면서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전쟁 발발 1년을 맞아 열린 각종 전시회와 기념 행사 등을 둘러보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원했다.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의 상징적 장소인 유로마이단 광장 인근에는 전사자를 소개한 입간판, 전투에서 사용된 부서진 차량, 우크라이나 국방부 홍보 입간판 등이 전시 중이었다.

키이우 독립광장 근처에서 지역방위군 소속 군인이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에 보낼 군용차량 마련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박은하 기자

키이우 독립광장 근처에서 지역방위군 소속 군인이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에 보낼 군용차량 마련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다./박은하 기자

광장 건너편에서는 지역방위군 소속 발렌틴 보이코(26)가 군복을 입고 모금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 보낼 버스를 마련하기 위해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버스는 부상자 운송 등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총공세가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두렵지만 일어날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올가 파셴코(60)는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모금에 동참했다”면서 “평소처럼 일하는 하루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 문화센터에서는 뱅크시의 우표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전시회 기획자 이반(28)은 뱅크시 우표 중 유도광으로 알려진 푸틴을 메다꽂는 장면을 담은 우표 사진을 보여주며 “이 스탬프가 전쟁 1주년을 기념하는 이미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쟁 1주년 기념 뮤지컬을 기획한 야로슬라프(29)는 “열세 속에서 여지껏 무기를 제대로 없이 싸운 것 아닌가. 우크라이나의 제대로 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시기획자 이반이 키이우 독립광장 인근에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뱅크시가 그린 푸틴을 유도로 메다꽂는 장면을 담은 우표를 보여주고 있다. 이반은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뱅크시 우표전을 기획했다./박은하 기자

전시기획자 이반이 키이우 독립광장 인근에서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뱅크시가 그린 푸틴을 유도로 메다꽂는 장면을 담은 우표를 보여주고 있다. 이반은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뱅크시 우표전을 기획했다./박은하 기자

키이우 외곽에 사는 잔나(56)는 “꼭 1년 전 새벽 5시에 폭발 소리 듣고 깨어난 다음 믿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면서 “부모님도 아니고 우리 세대에 전쟁이라니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월24일은 남편의 생일이기도 하다”면서 “오늘 저녁 조촐한 케이크를 마련해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승리를 위해 건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곳곳은 전쟁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인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이사회 건물 등은 노란색과 파란색 조명을 외벽에 쏴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영국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 도로에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페인트가 칠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은 24일 키이우 시내에서 군복을 입은 남성과 일상복 차림의 여성이 팔짱을 낀 채 걷고 있다./ 키이우| KISH KIM·다큐앤드뉴스코리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은 24일 키이우 시내에서 군복을 입은 남성과 일상복 차림의 여성이 팔짱을 낀 채 걷고 있다./ 키이우| KISH KIM·다큐앤드뉴스코리아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