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정당 현수막’ 규제나선 지자체들…“표현의 자유 침해” 주장도

2023.07.13 15:43 입력 2023.07.13 19:16 수정

인천광역시 한 도로에 설치돼 있는 정당 현수막. 독자 제공

인천광역시 한 도로에 설치돼 있는 정당 현수막. 독자 제공

‘도둑놈’ ‘매국노’ ‘살인마’

정치인과 상대 정당 등에 대한 비방성 문구로 ‘정치 혐오’를 조장하고 시민들에 불편을 주고 있는 정당 현수막 규제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칼을 꺼내들었다. 인천광역시는 지역별 정당 현수막 숫자를 4개로 제한하고 혐오·비방 내용을 적을 수 없도록 한 조례를 최초로 만들어 시행에 나섰고, 광주광역시는 ‘명예훼손 문구 표시 금지’ 조항을 추가한 옥외광고물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1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29일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현수막 설치를 동 별로 4개 이하로만 제한하고, 지정 게시대에만 걸도록 하고 있다. 혐오나 비방성 내용도 없어야 한다.

특히 개정안에는 ‘명예훼손 문구 금지’를 조항에 넣은 것이 특징이다. 광주시는 ‘개인 인격을 비방할 목적의 명예훼손 문구’와 ‘5·18을 폄훼하는 문구’가 적시된 정당 현수막은 아예 설치하지 못하도록 했다.이를 위반할 시 강제철거, 과태료 처분을 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오는 19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시의회를 거쳐 9월 중 시행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 6월 전국에서 처음 관련 조례를 개정해 이달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조례는 현수막을 국회의원 선거구 별로 4개 이내로 제한하고 ‘혐오와 비방’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인천시는 단속 첫날인 지난 12일 하루 동안 정당 현수막 63개를 강제철거하고 23개에 대해선 자진 철거하도록 했다.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소금밭사거리에서 연수구청 관계자들이 시 조례위반 정당현수막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소금밭사거리에서 연수구청 관계자들이 시 조례위반 정당현수막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지자체가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것은 비방에만 치중하고 있는 정치 문화를 더는 지켜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깨끗한 도시미관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데 공감대도 형성됐다. 광주지역에선 등록조차 안된 소수정당이 5·18을 폄훼하거나 특정인을 비하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사례도 있었다.

전국적으로 현수막은 지난해 12월부터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때 신고 절차와 장소 제한을 두지 않는 내용의 옥외 광고물업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더 많이 늘었다. 행정안전부가 국회입법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옥외광고물법 시행 전 3개월 동안(지난해 9~12월) 전국에서 6415건이었는데 시행 후 3개월(올해 1~3월) 사이 1만4192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인천시와 광주시의 조례가 안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행안부는 인천시가 조례를 만들고 시행에 들어가자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과 충돌한다며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중소 정당들 사이에선 ‘정치적 현안 등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혐오와 비방, 명예훼손 문구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공익’을 위한 명예훼손일 경우 비방의 목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옥외광고심의위원회에 판단을 맡길 예정이다.

정의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명예훼손 문구 금지를 조례에 넣어 자체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결국 행정·정치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을 못 하게 해 다툼의 소지가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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