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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전 ‘안전장치 설치’ 대대적 홍보한 SPC, 정작 샤니 사고엔 없었다

2023.08.23 14:16 입력 2023.08.23 15:16 수정

기계 자동정지 ‘인터록’ 없었던 샤니 끼임사고

SPC, 8개월 전엔 “전사적 인터록 설치” 홍보

새 기계엔 위험요인 ‘끼임’ 파악하고도 미설치

‘안전경영’ 약속 무색…‘조치의무 위반’ 지적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기계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을 방문한 지난 16일 샤니 측 관계자들이 근조리본을 단 채 공장 앞을 지키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이 기계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을 방문한 지난 16일 샤니 측 관계자들이 근조리본을 단 채 공장 앞을 지키고 있다. 권도현 기자

최근 SPC그룹 샤니 성남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인터록(자동방호장치)이 없는 볼(bowl) 리프트에서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숨졌다. SPC는 불과 8개월 전 그룹 내 안전진단을 벌인 뒤 생산설비에 인터록을 설치했다고 홍보했으나 해당 기계에는 인터록이 없었다. 샤니는 이번 사고가 난 기계·공정에 ‘리프트 끼임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자체적으로 파악했는데도 인터록을 설치하지 않았다. SPC 측은 해당 기계가 안전진단 이후 도입됐다고 해명했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22년 이후 끼임사고 관련 재발방지대책’을 보면, 샤니는 노동부에 이번 끼임 사고 재발방지 계획으로 ‘볼 리프트 인터록 설치’와 ‘유사 설비 철거 및 인터록 설치’를 하겠다고 보고했다. 사고 전까지는 볼 리프트에 인터록이 없었던 것이다. 인터록은 끼임 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기계를 멈추는 장치다.

SPC는 지난해 10월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교합기 끼임 사고로 숨진 뒤 전국적으로 비판 여론이 일자 전사적 안전진단에 들어갔다. 허영인 SPC 회장이 약속한 ‘1000억원 안전 투자’와 함께 내놓은 대책이다. 당시 안전진단에는 이번 끼임 사고가 발생한 샤니 성남공장도 포함됐다.

지난해 12월8일 SPC가 공개한 ‘SPC 안전경영위원회’ 회의 장면. SPC 제공

지난해 12월8일 SPC가 공개한 ‘SPC 안전경영위원회’ 회의 장면. SPC 제공

SPC는 안전진단이 마무리된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내 외부 전문기관들과 함께 그룹 내 생산시설 28곳에 대해 안전설비 확충과 위험요소 제거 등 개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특히 SPL 제빵공장 사고의 주 원인 중 하나였던 ‘인터록 미설치’를 해소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SPC는 “업장별로 평균 10여 건의 주요 개선 필요사항을 확인해 인터록, 안전 난간, 안전망, 안전 덮개 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등 관련 설비 확충과 프로세스 개선 조치를 진행했다”며 “현재까지 전체의 약 90%에 대해 조치를 완료했고, 남은 개선사항도 조속히 완료하고 지속적으로 위험요인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철저하게 관리해가겠다”고 했다.

SPC의 대대적인 홍보가 무색하게 이번 사고가 일어난 볼 리프트에는 인터록이 없었다. SPC 측은 이번 사고 기계는 지난 3월 새로 도입됐고 볼 리프트에 대한 인터록 설치 의무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PC가 앞서 인터록 미설치로 사망사고를 겪은 데다, 인터록 설치를 ‘안전조치’로 강조한 만큼 새 기계에도 이를 도입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PC의 경쟁사인 CJ푸드빌(뚜레쥬르)은 같은 설비에 인터록을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기계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에서 지난 16일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에게 사건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기계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샤니 제빵공장에서 지난 16일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에게 사건 경과 보고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샤니는 이번 사고 전에도 볼 리프트 끼임 사고를 위험요소로 파악했다. 샤니가 이 의원실에 제출한 안전작업표준서에는 이번에 사고가 난 ‘반죽 이동 및 분할’ 공정의 위험요소로 ‘볼 리프트 하강 시 끼임 및 충격 위험’이 명시돼 있다. 작업의 위험요소를 파악했음에도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해 조치 완료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인터록 설치가 이번 노동자 사망 이후 또다시 재발방지계획으로 제출된 것은 그간 SPC 측의 안전경영 선포가 불매운동을 피하기 위한 기망행위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SPC 허 회장은 이번 국정감사에 출석해 1000억원의 안전 투자와 작업장 안전보건 개선 현황을 직접 입증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PC는 “비상정지 스위치 등 법령, 규정에 따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안전장치는 모두 갖추고 있었고, 추가로 설치된 경보음 작동 유무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당국에서 조사 중에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들의 현장조사 결과 사고 당시 경보장치에서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다.

앞서 지난 8일 성남 샤니공장에서는 치즈케이크 생산 작업을 하던 A씨(55)가 분할기(반죽기) 볼트를 조절하다 위에서 하강하는 배합 볼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지난 10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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