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덩 하니 굿만 여긴다

2018.02.26 20:49 입력 2018.02.26 20:50 수정

옛날에 파렴치한 자가 나오면 조리돌림을 했습니다. 죄인의 등에 북을 묶어 한 포졸은 둥둥 두드리고 다른 포졸은 죄상을 외치며 동네방네 끌고 다닙니다. 극도의 망신과 세인의 경각심을 유도하는 명예형이죠. 포졸이 죄인을 돌리며 그 얼굴을 여러 사람들에게 내보인다는 조리돌림(졸이돌림)이란 말은 쌀 씻을 때 이물질 거르는 조리질과 연결시켜 생긴 듯합니다.-조인회시라고도 합니다. 뭇사람(稠人)에게 돌려 보인다(回示). 조리돌림은 소셜미디어 등을 타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한 사람이 힘겹게 폭로하면 이에 힘입어 나도 겪었다며 속속 증언대에 올라섭니다. 요즘 ‘미투(MeToo)’가 각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예술·교육·스포츠·언론 할 것 없이 지위를 공포로 이용한 성폭력이 헤아릴 수 없습니다. 사회적 죽음을 각오하고 나선 증언들이 그 증거입니다. 들어보면 너무 극악해 사지가 떨립니다. 그러나 정작 가해자들은 ‘쪽 팔았다’ 여기고 처벌 피해 자숙한다 도망칩니다.

그리고 일각에선 약자의 언어 MeToo를 가져다 ‘HeToo’로 바꿔 강자의 언어로 물타기하고, 피해 여성들의 피 토하는 절규에 공감하기는커녕 생지옥에서 울부짖는 목소리를 포르노로, 기삿거리로 소비하려 들기도 합니다.

‘덩덩 하니 굿만 여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슨 일만 나면 좋은 수가 생긴 줄 알고 공연히 좋아한다는 뜻이죠. ‘미투’는 구경거리가 아닙니다. 가해자를 만든 사회에 대한 고막 찢는 경보입니다. 가해자의 처벌, 퇴출, 사회적 재발방지라는 그녀들의 울림소리에 위드유(WithYou)로 답해야 옳을 것입니다. 자정(自淨)이란 말, 믿지 않습니다. 잠시 가라앉는대도 고인 물 휘저으면 도로 흙탕물 되니까요. 진흙탕을 씻어내 버리는 건 세차게 흘러드는 새 물뿐입니다. 덩덩 소리는 굿판에서만 나지 않습니다. 처형장에서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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