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아야 골이 깊다

2019.12.30 21:05 입력 2019.12.30 21:06 수정

중요하다의 다른 말 ‘대수롭다’의 어원은 ‘대사(大事)롭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큰일 아니면 ‘대수롭지 않다’고 하지요. ‘대수롭지 않다’와 비슷한 말이 ‘소소하다’입니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한 지도 오랩니다. 그만큼 오래도록 소소한 것 말고는 추구할 행복이 없었다는 말이기도 할 겁니다. 장래가 막막하니 확실한 당장만 즐길 수밖에요. 욜로(You Only Live Once)도 연일 유행입니다 ‘인생은 한 번뿐’을 ‘인생 뭐 있어’로, 소중을 대충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이 시대의 많은 “욜로!”란 어쩌면 “큰 건 포기!”라는 감탄사 아닐까요?

‘산이 높아야 골이 깊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품은 뜻이 높으면 생각 또한 깊다는 뜻입니다. 산의 높이는 골짜기의 깊이지만, 여기서 ‘골’은 중의적으로 ‘머릿속’도 뜻합니다. 높은 포부를 가진 이는 얕은 생각으로 살아갈 리 없습니다. 하지만 제 뜻을 펼칠 수 없다면 어찌할까요. 맘껏 날아오르라더니 이 이상은 못 난다, 고도제한 둔다면요. 높은 사람들은 높아만 가는데 우리네 삶은 바닥을 뜨지 못합니다. 사회적 약자 위에 가로놓인 투명한 장애, 그 유리천장이 요즘 대부분의 머리 위를 덮은 듯합니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것이라는 말은 잘나가는 이들의 꿀 발린 소리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래란 언제나 불확실했습니다. 불확실은 암담함이 아니라 누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골을 무진장 깊이 파면 산도 솟습니다. ‘진도아리랑’에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산이 높아야 구렁(골)도 깊지. 조그마한 여자 소견이 깊을 수 있나.” 신세 한탄하던 그곳에서 송가인 별이 높이 떴습니다. 뜻하지 않은 행운은 뜻한 바를 깊이 판 사람 몫입니다. ‘진도아리랑’에는 체념만 있지 않습니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가슴속엔 희망도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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