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일제 때 심은 벚나무? 오해를 풀자

2018.04.10 21:00
김윤형 | 서울 동대문구

봄이 왔음을 화려하게 알려주던 벚꽃이 어느새 하나둘씩 지기 시작했다. 한껏 만개한 벚꽃을 보고 있으면 그 아름다움에 넋을 놓게 된다. 사람들은 겨울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벚꽃을 보기 위해 서둘러 명소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벚꽃 구경 중에 심심치 않게 들리는 소리가 있다. “일본이 심어놓은 벚꽃이지만 예쁘긴 하다.” 더 심하게는 “벚나무가 일제의 잔재야. 예쁘긴 하지만 베는 게 맞아”라고 한다. 100%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를 듣고 있는 벚나무 입장에서는 억울한 말이다.

일제강점기에 일제는 경복궁과 창경궁에 많은 수의 벚나무를 심었다. 광복 이후에는 이를 여의도로 옮겨 심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진해 등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에 많이 심어졌다. 벚꽃놀이도 우리보다 일본에서 더욱 인기가 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군국주의 상징처럼 사용되어 우리 입장에서는 선입견과 부정적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벚나무는 우리와도 아주 오래전부터 함께해왔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팔만대장경에 쓰인 목재 중 60%가 벚나무였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벚나무를 군수물자로 관리해왔다는 것이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되어 있다. 조선군의 주력 무기인 활을 만드는 데 벚나무 껍질인 화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난중일기>에도 이순신 장군이 ‘화피를 받았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재임기간 동안 북벌을 외쳤던 효종도 군대 양성을 위해 벚나무를 심을 것을 지시했다. 더구나 2001년 일본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유전자 검사 결과 제주도 한라산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내년 다시 찾아올 벚꽃을 보게 되면 벚나무가 억울하지 않도록 누구나 선입견 없이 봄의 전령사를 맞이하면 좋겠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