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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은행장 아들, 원래는 떨어뜨려야 하는데 합격시켰다”

2018.04.11 06:00

신한금융그룹 임원 자녀 특혜채용 의혹 자료 입수

고위간부들 직간접 영향…인사부 관계자 진술 확인…특혜자 ‘보직’도 지속 관리

금감원, 채용비리 특별검사…신한 측 “특혜 없었다” 부인

신한은행장 등 신한금융그룹 고위직 자녀들이 합격 대상이 아닌데도 채용됐다는 신한은행 전 인사부 관계자의 진술이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특혜 채용된 고위직 자제들은 입행 후에도 지속적으로 보직 관리를 받는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입사 지원자를 출신 대학별로 3등급으로 나누고 이 중 3등급 학교 출신자는 고학점 등 요건을 갖춰야 서류전형 통과가 가능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경향신문 4월9일자 1·3면 보도)된 지 하루 만에 신한금융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10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전 신한은행 인사부 직원 ㄱ씨는 지난 3월 신한은행 관계자 ㄴ씨에게 “전 신한은행장 ㄷ씨 아들은 원래 떨어뜨려야 하는데, 그때 ㄷ씨가 계열사 사장인가 그래서 붙였다”고 말했다. 실제 ㄷ씨는 은행장 취임 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계열사 사장을 역임했다.

ㄱ씨는 임원들이 자녀 채용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ㄹ본부장 딸은 서울대 모과를 나왔는데 굉장히 난감했다”면서 “우리(인사부) 입장에서는 조심스럽다. 재직하고 있는본부장 자녀에 대해 ‘이래서 안됩니다’ 하기가…. (본부장들이) 자기 자식이 최고인 줄 아는데 엄청 사정을 한다”고 말했다.

은행 차원에서 특혜 채용자들이 지속 관리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ㄴ씨가 ‘그런 애들이 좋은 보직을 찾아 계속 원하는 대로 간다’고 말하자 ㄱ씨는 “한번 들어오면 계속해서 (좋은 자리 찾아가고) 그렇게 되면 결국 승진되고”라면서 “선배가 후배 (인사 담당) 부행장한테 가서 ‘(자녀가) 부족하지만 승진 같이 나가야 하지 않겠냐’ 한마디하면 거역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ㄱ씨는 공채 지원자의 출신 학교가 ‘등급화’된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대, △△대, ㅁ씨 자녀가 졸업한 ◇◇대까지가 2그룹”이라면서 “예전에는 2그룹까지는 서류전형에 합격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어 “3그룹 애들은 ‘학점 4.0’ 등 (조건 중에) 하나도 안되면 자동 탈락”이라면서 “요즘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하게 할 거다. 3그룹을 다 자를 수는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ㄱ씨는 ‘채용대행사가 미리 임원과 자녀의 개인정보를 갖고 서류심사를 진행하지 않냐’는 ㄴ씨의 질문에도 이를 부인하지 않은 채 “요즘은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업체(가 했다)”라고 답했다.

이날 금감원은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등 신한금융 계열사의 임직원 자녀 채용비리 의혹을 특별검사한다고 밝혔다. 조사는 12일부터 신한은행은 7영업일 동안,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은 5영업일간 실시하고 필요시 연장한다. 금감원은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채용 과정과 채용비리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관련 제보건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대표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한은행 채용비리 관련 보도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측은 “과거 자료를 보니 임직원 자녀라고 특혜를 주거나 가점을 준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출신 대학을 구분한 것에 대해서는 “학점을 따기 어려운 대학도 있어 이를 감안해 학점 기준을 구분한 것”이라며 “학점은 서류심사 통과를 위한 기본적 기준일 뿐 그다음부터는 완전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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