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안하무인 갑질…‘오너 리스크’가 된 재벌 3세

2018.04.15 18:20 입력 2018.04.15 23:17 수정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 15일 새벽 귀국

‘욕설 음성파일’ 공개로 여론 악화

한국 기업에서 ‘재벌 3세’는 이제 ‘오너 리스크’와 동의어로 통하고 있다. 책임감이 결여된 특권의식과 안하무인격 태도가 잇따라 사회문제가 되면서 기업에 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경영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총수 일가의 기업 사유화가 기업가치 및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물이 든 컵을 던져 ‘갑(甲)질’ 논란을 일으킨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35)가 15일 새벽 해외에서 귀국했다. 조 전무는 출국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내에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나를 찾지마’, ‘#휴가갑니다’, ‘#클민핸행복여행중’ 등 해시태그를 달았다가 비판이 커지자 비공개로 전환했다.

초기 대응뿐 아니라 사태가 확산되는 데 기름을 부은 행태였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43) 당시 부사장의 2014년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이번 ‘물벼락’ 갑질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으로 추정되는 음성파일까지 공개되며 여론은 악화일로다.

업계 관계자는 “품성도 능력인데 이번 사건으로 대한항공 오너 일가는 치명상을 입었다”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 집행유예가 끝나기도 전에 최근 칼호텔 사장으로 경영복귀를 한 것으로 미뤄볼 때 3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나 문제의식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재벌 3세들의 ‘갑질’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김동선 한화건설 전 팀장(29)은 2010년에 이어 지난해 9월에도 만취상태에서 벌인 폭행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는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운전기사에게 상습적인 폭행·폭언을 해 사회문제가 되자 사죄했다.

총수 일가의 문제는 기업에 곧바로 위기가 된다. 2010년 이윤재 회장이 ‘청부폭행 사건’을 일으킨 피죤은 2009년 매출액 1600억원에서 2014년에는 700억원으로 추락했다. 김만식 회장의 ‘갑질 논란’을 겪은 몽고간장은 이듬해 매출부진이 이어지며 점유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총수일가든 전문경영인이든 기업 경영권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3세 경영인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자가 되었다고 보는 일반적 시각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특히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 3세의 경우 현장에서 긴 시간 경험을 쌓지 않고 임원 승진을 하기 때문에 조직 생활에 대한 이해나 성숙도가 떨어진다”며 “부모에게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무거운 부담도 문제행동의 한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민 “법적 책임 다할 것” 직원들에 e메일…경찰, ‘물벼락 갑질’ 당시 목격자 조사 돌입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물벼락 갑질’ 파문에 대해 사과하는 e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 “앞으로 법적인 책임을 다할 것이며 어떠한 사회적인 비난도 달게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5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조 전무는 이날 오후 9시4분쯤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을 직원들에게 발송했다. 그는 “이번에 저로 인하여 마음에 상처를 받으시고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특히 함께 일했던 광고대행사 관계자분들과 대한항공 임직원 여러분들 모두에게 한 분 한 분께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번 파문이 “업무에 대한 열정”이라고 해명했다. 조 전무는 “제가 업무에 대한 열정에 집중하다 보니 경솔한 언행과 행동을 자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저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자 잘못”이라며 “앞으로 법적인 책임을 다할 것이며 어떠한 사회적인 비난도 달게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일에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진언드리며 앞으로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하고자 한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한편 경찰은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 대해 목격자 조사에 돌입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당시 광고회사와의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상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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