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는 ‘무제한’ 형식은 ‘차담’…29일 영수회담, 정국순항 가늠자

2024.04.26 17:00 입력 2024.04.26 19:56 수정

대통령실 “현안 푸는 계기”, 민주당 “국정기조 전환”

민주당, ‘이채양명주’ 포함 10여개 의제 제안

대선 후보자 토론회가 열린 2022년 2월25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후보자 토론회가 열린 2022년 2월25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오른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는 29일 영수회담은 향후 정국 순항 여부를 가를 중대 분기점으로 꼽힌다. 사전에 의제와 사안별로 합의 가능한 수위를 조율하지 않은만큼 회담이 이뤄진 뒤에야 성패 여부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정책과 주요 정국 현안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면 협치 물꼬를 트지만 입장차만 도드라지면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을 수 있다. 여야는 사전 여론전에 돌입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26일 제3차 준비회동은 이날 오전 11시에 시작돼 10분여 만에 끝났다. 이 대표가 오전 9시쯤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제 조율 등을)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히면서 속전속결로 회담 일자와 형식 등이 결정됐다.

이번 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2년을 앞두고 처음 열리는 영수회담이다. 제22대 총선 결과 ‘국정 쇄신’ 요구가 분출되고 윤 대통령 조기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징후가 커진 상황에서 영수회담을 협치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진영과 무관하게 제기돼 왔다.

일단 이번 회담이 민생 협력과 협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데는 양측이 공감한다. 다만 대통령실은 ‘국정 난맥상 해소’에, 민주당은 ‘국정기조 전환 방안 도모’에 방점을 찍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여러 국정 현안을 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비서실장은 비슷한 시각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원하는 민생회복과 국정기조 전환 방안을 도모하는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회담 결과는 예상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사전에 의제를 제한하지 않기로 해 예민한 정책·정치적 사안들이 논의 테이블에 모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의제별 구체적 입장 교환’ 주장에서 물러나 ‘사전 답안지 작성 없이 만나자’는 대통령실 요구에 화답하면서 많은 부분이 미정인 상태에서 논의가 진행된다. 공동합의문 작성 여부와 합의문에 포함될 내용들도 실제 회담이 끝나야 드러나게 된다.

앞선 두 차례의 준비회동에서 민주당이 여러 안건을 제안했던만큼 ‘백지 상태’에서 시작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발 의제들은 어느정도 윤곽이 잡힌 상태다. 지난 2차 회동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실에 제안한 의제는 10여개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민주당은 총선 공약이었던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포함해 전세사기특별법, 신용불량자 대책 등 복수의 민생 관련 대책이 포함됐다. 일명 ‘이채양명주’ 관련 안건들도 의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채양명주’는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 의혹, 양평고속도로 게이트(김건희 여사 일가), 명품백 수수 의혹(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김 여사)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김 여사 특검법이 의제에 포함됐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서 최종 부결된 양곡관리법 등 거부권이 행사된 안건들도 다수 의제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회담에서도 민주당은 이같은 의제들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천 실장은 “(국정기조 변화와 관련해) 여러가지 구체적 현안들이 있을텐데 그런 부분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 인선 등 개각에 대한 야당의 협조와 고물가·고유가·고환율 시대에 대응하는 민생 해법, 국정과제 관련 입법 협조 등을 당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민주당이 우선 과제로 삼는 전국민 민생지원금과 채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여야 간극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전날에도 1분기 경기 회복세를 강조하면서 민생지원금에 사실상 부정적 반응을 비쳤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관련해서도 여권 핵심부에서는 ‘정치 공세’로 판단하는 기류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이슈들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국정쇄신’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비판 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의 사전 여론전은 본격화했다. 국민의힘은 회담 성사는 환영하면서도 민주당발 의제에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이 자꾸 정쟁 관련 의제들을 들고 나온다”며 “국민 입장에서 여야가 만나 대화와 타협하는, 협치의 계기 만들라는데 이런 의제 가지고 국민들이 정쟁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이런 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끝난 뒤 논의할 사항이고, 거부권 행사 사과 등도 ‘정치적 목적이 깔린 의제’라는 것이다. 회담 전 야당발 의제에 비판 목소리를 높이면서 윤 대통령이 회담에서 이들 제안을 거부할 명분쌓기에 들어간 것으로도 읽힌다.

민주당에서도 윤 대통령의 민주당 의제 수용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거듭 나왔다. 민형배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민생 회복 패키지는 여러 가지 저희들이 준비해 놓고 있는데 그런 부분은 최소한 받아들여져야 되지 않느냐”면서 “채상병 특검 같은 것도 그걸 안 하겠다고 하는 순간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견영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은 국민이 회초리를 든 게 아니라 몽둥이를 들 정도로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반성을 하라고 한 것”이라며 “반성하는 측에서 ‘자유롭게 하자’는 태도는 잘못된 것으로 당연히 키는 민주당이 쥐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5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고 본회의 일정을 5월 2일로 잡았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태원 특별법 재표결 안건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채상병 특검법 등 3가지 법안 처리 수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단도긍로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낸 데는 영수회담을 앞두고 여권 압박 수위를 높여가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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