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일자리 볼모’ 정부·노조 희생 강요

2018.04.15 18:21 입력 2018.04.15 21:40 수정

한국지엠 법정관리 가능성 흘리고, 본사선 출자전환 철회 위협까지

엥글 사장, 산업은행에 “투자해라”

노조와 임단협 교섭선 일방 요구만

한국지엠의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내비친 GM 본사가 출자전환 철회 의사까지 밝히면서 노동조합은 물론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까지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국지엠을 파탄 나게 한 GM이 부실 경영 책임은 지지 않고 일자리와 협력업체를 ‘볼모’ 삼아 한국 정부와 노동자에 ‘회생 비용’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13일 산업은행을 방문, GM은 한국지엠에 추가 대출을 하고 산업은행은 투자를 하는 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GM은 한국지엠이 본사에서 빌린 차입금 27억달러(약 3조원)를 출자전환해 연간 2000억원에 이르는 금융비용을 줄여주기로 했지만 차입금 형태를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는 GM이 향후에도 협상이나 경영에 대한 우선권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산은은 GM에 출자전환을 하되 최소 20 대 1의 차등감자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3조원을 출자전환하면 산은 지분은 현재 17%에서 1% 아래로 떨어진다. 한국지엠 경영과 관련한 산은의 목소리가 약화되는 것이다. GM이 제공한 차입금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도 있는 만큼 가치를 20배 떨어뜨려 출자전환하라는 게 산은 입장이다. 하지만 엥글 사장은 산은이 차등감자를 요구하면 출자전환 자체를 철회할 수 있다고 ‘역공’을 했다.

산은은 부평이나 군산공장 부지 같은 자산 처분에 대한 비토권 부활도 GM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노조와의 임단협 교섭에서도 일방적 요구만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뒤 희망퇴직으로 2600명을 구조조정했다. 연간 2600억원가량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노조와의 임단협 교섭을 통해 지난해 주기로 한 성과급과 올해 임금 인상분 등 1500억원도 유보시켜 4100억원가량 비용을 줄였다.

최근까지의 교섭에서는 자녀 학비와 중식대 등이 포함된 복지비 협상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900억원가량을 더 줄이겠다는 의도다. 노조는 군산공장에 남아있는 노동자 680명에 대한 전환배치 등이 이뤄지면 이 같은 복지비에 대한 양보도 어느 정도 감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측은 전환배치나 추가 희망퇴직 등에 대한 어떤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지엠은 최근 인천시 등에 제출한 외국인투자지역 신청서에는 고용인원은 1만1000명, 생산대수는 연간 30만대로 기재했다. 이럴 경우 현재 비정규직을 포함한 1만7000명 가운데 6000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떠나야 한다. 희망퇴직자 2600명을 제외해도 3400명이 추가 인적 구조조정을 당해야 하는 셈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 강제 구조조정 당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한국지엠 내부에서는 사측이 군산에 이어 부평 1, 2공장 통합, 애프터서비스센터 직영 정비 외주화 및 일부 사업소를 폐쇄할 것이란 예상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외투지역 신청서처럼 30만대를 생산할 경우 창원공장도 폐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이와 관련, GM이 창원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크로스오버차량(CUV)이 실체가 없는 ‘가공의 차’란 주장도 나온다.

반면 GM은 한국 정부나 산은, 노조에 미래 발전 방향이나 투자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이행합의서’ 같은 어떠한 확약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되레 엥글 사장은 한국지엠 파산을 언급하며 산은에 오는 27일까지 한국지엠에 대한 투자확약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GM 본사가 한국 정부와 국회, 산은, 한국지엠 노조 등 입장이 다른 이해 관계자들을 ‘각개격파’하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정부나 산은이 GM으로부터 구체적인 투자 이행과 신차 배정, 고용보장에 대한 확약서를 받지 않으면 한국지엠에 대한 자금 투입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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