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 지붕없는 철거민 어디로 가야합니까

2018.04.20 00:14 입력 2018.05.01 00:27 수정

[오래전 ‘이날’]은 195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 합니다.

[오래전 ‘이날’]4월20일 지붕없는 철거민 어디로 가야합니까

■1978년 4월20일 아파트 투기 광풍 속…지붕 없는 철거민의 설움

[오래전 ‘이날’]4월20일 지붕없는 철거민 어디로 가야합니까

40년 전 오늘 한국 사회는 아파트 개발·투기 붐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이날 경향신문은 아파트 개발로 인해 서울 시내 곳곳에서 무허가 건물 철거가 본격화되자 보금자리를 잃게 된 철거민들이 실의와 좌절에 빠지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철거민들에게는 철거 보상으로 아파트 입주 추첨권이 나왔지만 당첨 확률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낮았습니다. 추첨에 떨어졌을 때 주어지는 철거 보상금은 이들의 평균 집값인 300만~400만원의 10%도 되지 않는 2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추첨에서 떨어진 관악구 봉천동의 한 주민은 자살 소동을 빚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추첨에 성공해 아파트 입주권을 따내더라도 대부분의 철거민들은 아파트를 매입할 경제적 능력이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철거민들이 보상으로 받은 아파트 입주 추첨권을 투기 브로커들에게 70~80만원의 헐값으로 팔아 넘기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자연스럽게 철거민들은 또다른 난민촌으로 내몰렸습니다.

1976년 발표된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비극이 되풀이 되고 있던 셈입니다. 아파트 개발로 강제 철거를 당한 ‘난장이’가 철거 이후 낙담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는 내용의 이 소설은 1970년대 압축 성장의 어두운 단면을 비판적으로 살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시 경향신문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철거 대상은 모두 353호로 이 중 180여호의 주민 대부분이 아파트 입주 추첨권을 브로커에게 30만~80만원에 팔아 넘긴 상태였다고 전했습니다.

이 지역 주민인 고병숙씨(당시 54세)는 지난달 집을 헐고 추첨권을 받았으나 결국 추첨에서 떨어져 집을 헌 자리에 움막을 짓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이소군씨(당시 65세)는 “내 집을 가지고 산다는 안도감으로 10여년을 살아왔는데 별안간 철거하라니 청천병력이다”면서 불도저로 밀어붙여 강제 철거하는 날까지 버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철거 위기에 처한 관악구 상도동의 김종실씨(당시 30세)는 “가족들은 친척들 집에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 낮에는 가끔 이곳에 좋은 소식이 없나하고 나와보지만 좋은 소식은 없고 앞길을 생각하면 초조하기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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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철거민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투기 열풍은 나날이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규제 조치에도 아파트와 택지 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이어갔습니다.

같은 날 경향신문은 ‘1가구 1아파트 6개월 이내 전매 시 양도 소득세 부과한다’는 정부의 조치로 향후 1년 이상 거래 침체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망이 있었지만, 최근 분양된 아파트들에 대한 프리미엄 거래가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강남 지역 아파트를 넘어 강북의 단독 주택까지 투기 광풍이 확대되고 있다는 현상도 보도됐습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서울 잠실 고층아파트의 경우 1976년 12월 분양가 800만원이었던 23평형은 보도 당시 최고 200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서울 여의도 미성아파트는 1000만원에서 1400만원까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 상태입니다.

택지 가격도 계속 오름세였습니다. 집을 지을 수 있는 여건이 완비된 곳이면 지난해에 비해 20~30% 상승한 평당 25만~30만원 정도의 가격대로 매매됐습니다.

강북 지역의 부동산 거래도 한층 활발해졌습니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 성북동 일대의 단독주택 값은 지난해에 비해 30%~50% 올라 650만원이었던 25평짜리 한옥이 830만원까지 오른 것입니다.

삼선동 삼선교 인근의 한 복덕방 관계자는 “지난 연초부터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매일 줄을 이어도 팔 집이 나오지 않아 알선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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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자, 분양 신청부터 추첨까지 분양의 전 과정을 컴퓨터로 일괄 처리한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아파트 분양 제도 개선으로 이날부터 분양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아파트 분양권 추첨식에 참석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주택청약예금가입자가 주택은행에 가 신청서 한 통만 내면 컴퓨터가 그 신청과 추첨의 전 과정을 ‘알아서’ 처리하게 된 것입니다. 컴퓨터는 당첨자의 동, 호수까지 자동으로 일괄 선정합니다. 사업자는 추첨 내용을 통보 받아 사업소 게시판이나 신문 공고를 통해 일반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전의 아파트 분양권은 수동식 추첨기를 통해 추첨했습니다. 은행알을 이용한 추첨도 일반적이었습니다. 일례로 1971년 여의도 시범아파트 입주 당시에는 1850 가구의 동·호수를 은행알을 이용해 추첨했습니다.

컴퓨터로 분양권을 추첨하는 첫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신동아 아파트였습니다. 신동아 아파트의 추첨은 제도 시행 8일 뒤인 4월28일 컴퓨터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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