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옷' 짓는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별세

2018.05.17 10:31 입력 2018.05.17 13:19 수정

'바람의 옷' 짓는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별세

‘바람의 옷’을 짓는 한복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이영희씨가 17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82세. 한 달 전 폐렴으로 입원한 이후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국내 디자이너 최초로 프랑스 파리 프레타 포르테에 참가한 고인은 94년에는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서 저고리 없는 한복 치마 스타일의 드레스를 선보이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렸다. 당시 기자들이 한복을 ‘기모노 코레(한국의 기모노)’라고 부르는 게 싫어서 ‘한복’의 철자를 직접 써줄 정도로 자존심 강한 디자이너였다. ‘르몽드’는 ‘바람을 담아낸 듯 자유와 기품을 한데 모은 옷’이란 찬사를 보냈다.

2000년 6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 패션 공연 ‘Wind of History’, 2004년 9월 미국 뉴욕·워싱턴 이영희 박물관 개관, 2005년 11월 부산 APEC 정상회의 21개국 정상 두루마기 제작, 2007년 5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한복 16벌 영구 전시 등은 고인의 대표 업적으로 남았다. 세계 각국에서 연 패션쇼 횟수만 400여회가 넘는다. 지난 2015년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복 디자인 40주년을 기념해 ‘이영희 전(展)-바람, 바램’ 전시회를 열었으며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전업주부로 지내다 40세에 아이의 학비를 보태려고 이불 장사를 시작했다가 한복 디자인에 뛰어든 고인은 스스로를 ‘운명적인 한복 디자이너’라 말해왔다. 한복으로 번 돈은 한복에 쓰자는 마음으로 평생 번 돈을 전통한복 수집과 한복 패션쇼에 투자했다.

약대 졸업 후 어머니의 뒤를 이어 패션디자이너가 된 맏딸 이정우씨는 “최근 남북 화해 무드를 보고 평양 패션쇼를 구상했다”며 병상에서도 식지 않았던 고인의 열정을 전했다. 고인은 2001년 6월 평양에서 남한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패션쇼 ‘이영희 민속의상전’을 개최한 바 있다.

지난 2012년에는 고인의 외손자인 최준혁씨가 배우 전지현씨와 결혼하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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