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 단속 경찰도 알아야 하는 순간속도

2024.04.24 20:48 입력 2024.04.24 20:55 수정

[김범준의 옆집물리학]과속 단속 경찰도 알아야 하는 순간속도

1시간에 60㎞를 가는 속도로 달리면 1분에 1㎞, 1초에 약 17m를 간다. 속도는 이처럼 거리와 시간을 함께 이용해 표시한다. 시간 단위 1분(minute)은 바빌로니아 문명의 60진법이 기원이다. 1시간을 60등분해 얻어지는 짧은 시간 조각이 1분이다. 영어 단어 minute의 어원은 라틴어 ‘pars minuta prima’다. ‘첫 번째 작은 조각’이란 뜻이다. 영단어 minute가 지금도 ‘미세한’이라는 뜻과 1분이라는 시간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유다. ‘분’의 한자인 나눌 분(分)에도 1시간을 나누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흥미롭다. 1시간을 60조각으로 잘게(minute) 나눈(分) 것이 1분이다.

우리말 시간 단위 초(秒)의 한자는 아주 작은 말단, 벼나 보리의 까끄라기를 뜻할 때는 ‘묘’로 읽는다. 라틴어 secundus가 어원인 영단어 second는 1초와 두 번째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1시간을 작은 60개 조각으로 나눈 것이 1분이고, 이를 다시 두 번째(second)로 또 60개의 조각으로 나눈 것이 1초이기 때문이다. 시를 한 번 나눈 작은(minute) 조각이 분이고 두 번째(second) 나눈 조각이 초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 경찰과 운전자 사이의 가상 대화가 나온다. 조금 바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한속도가 시속 60㎞인 도로에서 과속한 차를 세운 경찰이 “과속하셨네요. 1시간에 80㎞의 속도였어요”라고 하자, 운전자는 말한다. “그건 불가능해요. 목적지까지 전 기껏 20분만 운전할 텐데 어떻게 1시간에 80㎞를 가겠어요?” 경찰이 다시 설명한다. “지금과 같은 식으로 앞으로 계속 운전한다면 1시간에 80㎞를 가는 속도여서 벌금 내셔야 해요.” 운전자가 다시 항변한다. “아이고 답답해라. 이미 전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어요. 속도가 줄어들고 있었다고요. 제 차는 분명히 1시간에 80㎞를 갈 리가 없어요.” 속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재밌는 대화다.

물리학을 아는 경찰이라면 과속 단속의 기준은 평균속도가 아니라 순간속도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의 속도는 매 순간 달라진다. 단속 시점, 바로 그 순간의 속도가 제한속도인 시속 60㎞를 넘었기 때문에 운전자를 경찰이 단속한 것이다. 물리학의 속도는 위치의 변화량을 시간의 변화량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만약 1시간(시간 변화량) 동안 자동차의 위치가 60㎞(위치의 변화량)만큼 변했다면, 그사이 자동차가 가속과 감속을 했더라도 평균속도는 시속 60㎞다. 평균속도가 시속 60㎞였다고 해서, 자동차가 1시간 안의 모든 순간에 시속 60㎞로 일정하게 움직였다는 뜻은 아니다. 딱 한 순간의 자동차의 속도가 바로 순간속도다. 물리학에서 보통 시간 변수는 t로 적는다. t라는 한 순간에 자동차의 속도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움직이는 자동차의 한 순간 t에서의 순간속도를 구하는 방법이 있다. 먼저, 시간 t, 그리고 아주 조금의 시간(h)이 흐른 다음의 시간 t+h, 이렇게 두 시간 사이의 평균속도를 일단 구한다. 두 시간의 차이 h를 줄이고 줄여서 0으로 수렴시키면, 그때 얻어지는 속도가 순간속도다. 이 방법으로 구하면 자동차의 순간속도는 딱 한 시간 시점 t에서 정의된다. 점점 두 시간의 차이 h를 줄여가면 시간의 변화량은 0으로 수렴하고, 그때 위치의 변화량도 마찬가지로 점점 작아져 0으로 수렴한다. 순간속도는 무한히 작은 위치의 변화량을 무한히 작은 시간의 변화량으로 나누어 얻어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0을 0으로 나눈 것은 아니다. 0에 무한히 가까운 작은 양을 마찬가지로 0에 무한히 가까운 작은 양으로 나누면 유한한 값이 얻어진다. 바로 수학의 미분이다. 순간속도는 위치의 시간미분이다.

미분과 적분의 수학은 물리학에 자주 등장한다. 무한히 작게 나누는 것이 미분이라면 이렇게 자른 것을 다시 무한번 쌓아 올린 것이 적분이다. 어차피 다시 쌓아서 전체를 만들 것이라면 굳이 왜 나누는 걸까? 나눠서 작은 것을 이해하고 그렇게 이해한 것을 모아 전체를 구성하면 의외로 답을 구하는 게 가능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일단 작은 부분으로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잘게 나누고 깊게 연결해 이해하는 것이 물리학 방식이다. 물리학은 미분으로 자연을 기술하고 적분으로 자연을 이해한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