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는 모욕...다스 실소유 이해 못해”

2018.05.23 14:49 입력 2018.05.23 18:45 수정

첫 재판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수 혐의는 모욕...다스 실소유 이해 못해”

111억원의 뇌물수수 및 349억원의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77·사진)이 23일 첫 공판에 나와 “제가 사면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충격이고 모욕”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 출석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 나는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준비해 온 입장문을 약 10분간 법정에서 낭독하며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뇌물수수 및 다스 실소유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해주는 대가로 다스 소송비 68억원을 수수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며 “평창 올림픽 유치를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이건희 IOC 위원을 사면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게 다스를 소유했다는 것”이라며 349억원대 다스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85년 제 형님과 처남이 회사를 만들어 현대차 부품 국산화 사업에 참여한 것”이라며 “이후 30여년간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소유나 경영상 어떤 다툼도 가족들 사이에 없었는데 국가가 이에 개입하는 게 온당한 일인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며 마음 속에 품은 내용이 있다”며 “권력이 기업에 돈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세무조사 등으로 보복하는 일은 다시 있어선 안되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뒤 세계적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인들과 회의를 수없이 했지만 개별기업과 사안을 갖고 만난적이 한번도 없다”고 기업 등으로부터 수십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주변에서 재판을 거부하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아무리 욕해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그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재판에 출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라건대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사법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며 “존경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본격적인 공판 시작 전 직업을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무직”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앉은 직후 방청석을 거듭 쳐다보기도 했다. 직접 발언하는 중에는 거듭 기침을 하고 물을 마시는 모습이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수의가 아닌 짙은 색 양복차림으로 등장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은 도주의 우려가 없는 피고인이 사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지난해 같은 날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사복 차림으로 출석한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수갑을 차지 않고 양복 깃에 구치소 표식도 없는 모습이었다. 이는 ‘수용관리 및 계호 업무 등에 관한 내부지침’이 지난달 2일 개정되면서 노인, 여성, 장애인, 도주의 우려가 현저히 낮은 수용자 등에 대해서는 구치소장의 판단에 따라 보호장비를 완화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이 77세의 고령인 점을 감안해 포승을 하지 않고 재판에 출석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수인번호가 적힌 구치소 표식은 수인번호가 잠깐 떨어졌던 것으로 이후 다시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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