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ㅊ, 눈부셔…두릅계 ‘초희귀템’ 옻 순 발견!

2019.04.30 06:00 입력 2019.04.30 07:46 수정
김진영 식품 MD

양양 5일장

[지극히 味적인 시장⑧]오-ㅊ, 눈부셔…두릅계 ‘초희귀템’ 옻 순 발견!

<b>‘봄나물 제왕’ 옻 순…보이거든 바로 사세요</b> 양양 오일장은 지금 제철을 맞은 온갖 두릅의 향연장이다. 그중에서도 두릅계의 ‘초희귀템’ 옻 순은 보는 즉시 챙겨먹어야 할 봄나물의 제왕이다. 쓴맛 뒤에 청량한 단맛, 고소한 맛까지 어우러진 옻 순은 연중 며칠만 맛볼 수 있다.

‘봄나물 제왕’ 옻 순…보이거든 바로 사세요 양양 오일장은 지금 제철을 맞은 온갖 두릅의 향연장이다. 그중에서도 두릅계의 ‘초희귀템’ 옻 순은 보는 즉시 챙겨먹어야 할 봄나물의 제왕이다. 쓴맛 뒤에 청량한 단맛, 고소한 맛까지 어우러진 옻 순은 연중 며칠만 맛볼 수 있다.

가을비가 내리면 농사짓는 이들은 하늘에 지청구를 보내지만 봄비만큼은 쌍수 들고 환영한다. 봄은 파종의 시기, 봄비는 메마른 땅을 씨 뿌리기 좋게 적셔준다. 가을은 농산물을 걷어야 할 때라 비가 오면 작업도 힘들거니와 농산물의 단맛이 떨어진다. 봄비가 내리면 화려했던 벚꽃잎이 이리저리 날린다. 축포에서 뿌려지는 꽃가루처럼 꽃잎이 날리면 봄나물의 제왕 두릅이 제철을 맞는다는 신호다.

아침 8시, 비 오는 양양 오일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서둘러 장사판을 이미 편 사람, 펴는 사람, 그 사이를 오가는 손님들이 가득했다. 오일장 탐색차 한 바퀴 돌았다. 다른 것보다 나물 파는 할머니들이 많았다. 두릅도 있지만 개두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몇 년 전에 엄나무 순을 보기 위해 강릉과 양양을 헤집고 다닌 적이 있다. 설악산 자락이 끝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어김없이 개두릅밭이 있었다. 강릉과 양양에서 두릅을 많이 재배하고 있지만 찰나처럼 지나가는 봄나물인지라 아는 이가 드물다.

■ 겨우내 무뎌진 입맛 살리는 묘약

봄 ‘한 두릅’ 추릅~
땅두릅·개두릅·오가피·옻 순
봄에만 맛볼 수 있는 ‘쌉싸래함’

두릅의 맛은 인삼이나 더덕처럼 쓰다. 쓴맛의 주범은 바로 사포닌. 알고 보면 인삼도 두릅나뭇과 집안이지만 나무가 아닌 풀일 뿐이다. 양양 오일장은 온갖 두릅의 향연장이었다. 두릅도 종류가 있다. 흔히 먹는 두릅, 독활(땅두릅), 개두릅(엄나무 순), 그리고 오가피 순도 두릅의 일가다. 봄나물은 쓴맛으로 겨우내 무뎌진 입맛을 살리는 묘약이다.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고 했듯 봄나물의 씁쓰레한 맛은 지금이 딱 맞다. 비가 서너 차례 오고, 날이 더워지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찌고 말린 묵나물도 괜찮지만 푸르디푸른 새순의 맛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b>‘한 장’의 봄</b> 두릅, 미나리, 참죽나물, 명이 등 그날 장터에 나온 나물로 부쳐내는 모둠전은 한 장으로 쌉싸름하고 고소한 봄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제철 음식이다.

‘한 장’의 봄 두릅, 미나리, 참죽나물, 명이 등 그날 장터에 나온 나물로 부쳐내는 모둠전은 한 장으로 쌉싸름하고 고소한 봄의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제철 음식이다.

두릅, 독활, 개두릅, 오가피 순. 나름의 순서가 있다. 뒤로 갈수록 쓴맛이 강하고 쉬이 찾아 먹기 힘들다. 대형할인점에서 파는 것은 대부분 두릅이다. 나머지는 사는 데 들이는 공이 커진다.

개두릅까지는 그나마 쉽지만 오가피 순은 현지 아니면 찾기 힘들다. 오가피 순 맛은 쓴맛 뒤에 나는 청량한 단맛이다. 다른 두릅들이 두 수 접고 들어오는 맛이다. 그런 오가피 순을 찜쪄먹는 순이 바로 옻 순이다. 오일장에서도 ‘초희귀템’이다. 수백 명의 나물 파는 할머니들 사이에서 한 분만 팔고 계셨다. 세 바퀴 돌고 시장을 빠져나가는 찰나 종이에 매직으로 쓴 ‘옻 순’이 눈에 걸렸다.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샀다. 충북 옥천에서는 옻 순 축제도 열지만 순이 올라오고 며칠 지나면 먹을 수 없기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옻 순은 여느 두릅처럼 쓰지만 오가피보다 단맛이 있거니와 고소한 맛마저 있다. 옻이 오르는 사람이야 피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봤을 때 먹어야 할 것이 옻 순이다.

횟대

횟대

몇 해 전 경북 영덕에 간 적이 있다. 회덮밥을 맛있게 먹다가 회 맛이 좋아 주인에게 물으니 ‘횟떼기’라고 짧게 대답했다. 횟떼기? 질문 같은 대답을 하니 나갈 때 수족관을 보라 했다. 작은 수족관에 있던 것은 ‘빨간횟대’였다. 횟대는 심술궂게 생겼다. 서해안에서 나는 삼식이와 가까운 친척일 듯싶게 생겼다. 서해의 삼식이가 매운탕용으로 최고이듯 동해의 횟대도 그 못지않다. 게다가 가격까지 저렴하다.

5000원의 행복
수수부꾸미·메밀전병·감자전
‘물 좋은’ 대구횟대도 5000원

모든 생선은 매운탕거리가 된다. 무엇을 끓여도 시원한 맛이 나지만, 무엇보다 횟대로 끓이면 시원함은 배가된다. 주로 먹는 것은 대구횟대와 빨간횟대. 양양 오일장에도 큼지막한 대구횟대가 몇 마리 올라가 있었지만 가격은 놀랍게도 5000원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으면 잡어 취급을 한다. 잡어 취급받은 횟대지만 맛은 돔 이상이다. 가성비 ‘갑’ 생선이 횟대다.

■ 봄이 가득 담긴 나물전

만두빵

만두빵

오일장에서 빠지지 않는 먹거리가 순대, 오뎅, 옛날통닭이다. 어느 장터를 가나 다 있다. 양양 오일장에는 여느 장터에서 보기 힘든 주전부리가 있다. 수수부꾸미, 나물전, 그리고 화덕에 구운 만두빵이다. 수수부꾸미는 수수 반죽에 팥소를 넣고 번철에 구운 것이다. 구수한 맛에 팥소의 단맛이 더해져 간식으로 제격이다. 이웃사촌 자매가 나란히 앉아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감자전을 굽는다. 메뉴에 상관없이 5000원이다. 옛날통닭을 튀기고 있는 장터 옆에 화덕에 구운 만두가 있다. 장터 나오기 전에 빵 반죽을 발효해서 만든다. 빵 반죽에 고기만두소나 김치만두소를 넣고 두툼하게 구웠다. 한 개 1500원이다. 하나 들고 먹으면서 장터 구경하기 좋다. 차진 빵 맛 속에 김치소의 조화가 제법 맛이 좋다.

봄을 한 장의 전으로 만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모둠나물전이다. 두릅, 미나리, 참죽나물, 명이 등 그날 장터에 나온 나물들로 전을 부친다. 가볍게 밀가루 반죽을 무친 나물을 달군 프라이팬에 가득 담고 손으로 꾹꾹 누른다. 프라이팬에 가득 찼던 나물은 이내 숨이 죽으면서 한 장의 전으로 모양새가 잡힌다. 바싹하게 구운 전에는 봄나물 맛이 가득하다. 쌉싸름한 맛이 기름 맛 속에 살짝 숨는다. 양파간장과 먹으면 궁합이 좋다. 다른 것은 몰라도 모둠나물전은 꼭 먹어야 한다. ‘강추’다. 상호에도 봄맛이 가득한 식당이다. 봄날은 간다(033-672-7455).

양양 오면 놓치지 마세요
산란기 맞아 단맛 도는 황어
바지락보다 찰진 속살 ‘째복’

황어회덮밥

황어회덮밥

두릅 순이 올라오면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는 황어 떼가 나타난다. 남대천의 봄은 황어가, 여름은 은어가, 가을은 연어가 난다. 황어는 잉엇과 어류 중 유일하게 바다에서 대부분의 일생을 보낸다. 유일하게 민물로 올라올 때가 바로 봄철 산란기다. 기름진 황어회 맛은 단맛까지 돈다. 산란을 위해 남대천을 오르기 전 동해에서 잡힌 황어를 회덮밥으로 즐기는 것도 봄의 맛이다. 황어 가격이 비싸지 않아 회덮밥의 회 양이 푸짐하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맛까지 저렴한 건 아니다. 4월에서 5월 중순 사이, 양양에서 즐길 수 있는 별미다. 경남 하동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즐길 수 있다. 정인회 식당(033-672-8028).

째복(민들조개)탕

째복(민들조개)탕

째복탕, 째복물회, 째복국. 이름만 들어봐서는 졸복 비스름할 듯싶지만 사실 조개다. 서해의 바지락과 크기나 모양새가 비슷하지만 모래에 사는 탓에 바지락의 어두운 조가비와 달리 밝고 무늬가 화려하다. 화려한 조가비 무늬 때문에 비단조개라고도 불리지만 본디 이름은 민들조개다. 작은 크기의 조개지만 백합과 조개답게 맛이 옹골차다. 째복에 실파, 부추만 넣고 한소끔 끓인 국물을 맛보면 절로 신음이 난다. 바지락보다 차진 살 맛에 국물은 깨끗한 동해의 맛을 품고 있다. 전날 달렸다면 다음날은 째복탕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 속풀이로 그만이다. 양양, 속초, 고성 여행길에 째복을 만난다면 주저 없이 사야 한다. 봉골레파스타를 만들면 ‘요알못’(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반쯤 셰프로 만들어주는 재료다. 여럿이 갔다면 칼국수 사리 추가해서 시원한 국물 맛을 오롯이 즐기는 것도 좋다. 수산항 물회(033-671-0750).

■ 고추장 풀어 끓인 강원도 국물

역 앞이나 버스터미널 근처 식당은 뜨내기를 상대하기에 맛보다는 허기를 채우는 곳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지방 출장이 많은 직업이기에 가능하면 피하지만 간혹 보석 같은 식당을 발견하기도 해 모험 삼아 느낌이 오는 식당에 들어가보기도 한다. 장터 구경하다가 식사를 하러 양양 읍내를 돌아다니다 양양버스터미널 옆 순두부와 장치찜을 파는 식당에 들어갔다. 장치찜에 끌려 들어갔지만 아침부터 혼자서 장치찜 주문하기는 뭐해서 매운 순두부를 주문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 속에 째복이 실하게 들어 있다. 순두부는 식당에서 국내산 콩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라 고소함이 살아 있다. 시원한 국물 맛에 고소한 순두부가 밥을 빠르게 해치웠다. 순두부 맛보니 두부 맛이 짐작이 갔다. 순두부가 유명한 곳이 많은 강원도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맛이었다. 양양 순두부(033-671-1611).

강원도의 ‘빨간 맛’
째복이 ‘심하게’ 많던 순두부찌개
두툼한 수제비 가득 든 뚜거리탕

곰곰이 생각해보면 강원도 음식 중에서 육수에 고추장 풀어 끓이는 음식이 꽤 있다. 장칼국수, 섭국, 그리고 뚜거리탕 말이다. 강원도에서 담그는 장을 막장이라 한다. 막장은 간장을 덜 빼 색이 일반 된장에 비해 검다. 섭국이나 뚜거리탕을 끓일 때 막장을 넣으면 색이 칙칙해 고추장을 섞어 색을 냈고, 현재의 섭국, 뚜거리탕 국물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한다. 뚜거리탕에 수제비가 몇 개 들어 있다. 수제비와 국물이 잘 어울렸다. 삼청동 유명 수제비집처럼 얇게 뜬 수제비가 아닌 두툼하게 뜬 수제비다. 수제비 뚜거리탕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오물거리다 삼켰다. 다른 지역의 어죽이나 어탕국수 국물과 달랐다. 마치 잘 끓인 육개장에서 기름기만 쏙 빼내고 내준 듯 맵고 깔끔한 맛이었다. 민물고기 특유의 단맛이 깔끔하게 도드라져 맛있었다. 어성천 민물집(033-674-4924).

송천떡

송천떡

양양 송천마을에서 매일 만드는 떡을 오일장터에서 샀었다. 송천마을은 예전부터 떡으로 유명했다. 높은 고개 아래에는 주막이나 요깃거리를 파는 곳이 있었고, 송천마을은 떡을 팔았다. 송천마을에서 서쪽으로 가면 해발 1013m의 구룡령이 있다. 홍천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다. 다음날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택했다. 송천마을에 들러 딸이 좋아하는 바람떡을 사고는 구룡령을 넘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빠르게 갈 수 있어도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봄초록을 만끽하기에 좋은 드라이브 코스다. 오가는 차량이 적어 여유롭게 운전해도 괜찮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조금 돌아가자.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인다. 게다가 여느 동네 떡보다 송천마을 떡이 맛있다.

■ 필자 김진영

[지극히 味적인 시장⑧]오-ㅊ, 눈부셔…두릅계 ‘초희귀템’ 옻 순 발견!


제철 식재료를 찾아 매주 길 떠나다 보니 달린 거리가 60만㎞. 역마살 ‘만렙’의 24년차 식품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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