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김정은의 힘

2019.05.10 20:51 입력 2019.05.10 23:16 수정
이대근 논설고문

힘이란 상대 의지에 반해 상대의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무력이다. 중국공산당의 힘도 9000만명이란 당원 규모가 아니라, 공산당 지휘를 받는 인민해방군이 동원할 수 있는 무력의 규모에서 나온다. 인민해방군이 아니었으면 30년 전 6·4 톈안먼민주화 시위 진압도, 일당 체제 유지도 실패했을 것이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미국과 유럽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권력을 잡지 못한 것 역시 힘의 근원인 군대를 움직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는 즐비한 독재자가 미국에 없는 이유도 힘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가 3선을 하려면 친위쿠데타를 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그렇게 한다. 아프리카 대통령은 무력을 통제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그럴 능력이 없다. 3선을 포기해야 한다. 대선 4개월 앞둔 2015년 7월 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방문 중 이런 연설을 했다. “사실 나는 꽤 괜찮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다시 선거에 나선다면 이길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힘의 본질은 역시 폭력이다. 선군정치를 한다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행동을 통제할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을 것이다. 지난 4일에 이어 닷새 만인 지난 9일 또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했지만, 북한보다 군사력이 강한 한·미는 김정은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럴 때는 힘의 다른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물론 김정은은 이미 그렇게 했고, 그 결과 어느 정도 미국의 행동을 통제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김정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으로 미국을 북한의 자장 안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충분치 않다. 지금 힘이 거의 소진됐다. 바로 이때 핵보다 더 강한 그걸 써서 미국을 꽉 잡아두어야 한다. 그건 ‘완전한 비핵화’라는 소프트 파워다. 완전한 비핵화는 지금 완전하지 않다. “평화와 안전은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하여서만 담보된다(김정은)”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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