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화운동가 다카다·후쿠야마 “아베의 경제제재, 일 시민사회도 심각하게 여겨”

2019.08.19 06:00

일본 평화운동가 다카다·후쿠야마 “아베의 경제제재, 일 시민사회도 심각하게 여겨”

일본의 평화운동가 다카다 겐(75)과 후쿠야마 신고(72·사진) 전쟁반대 헌법9조 수호 총참여행동 실행위원회 공동대표가 지난 15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과거 일본 역사를 반성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의 뜻을 전하기 위해 광복절 방한했다. 이날은 일본에선 패전기념일이다. 지난 16일 경향신문과 만난 이들은 “경제제재 등 최근 한국에 대한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행동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사회가 있다는 사실을 한국 시민들에게 알리려고 왔다”고 했다.

다카다는 1993년 ‘STOP 평화헌법 개악! 시민네트워크’를 결성하는 등 반전운동을 이끌어왔다. 2015년 ‘리영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시 성노예 개인청구권은
이미 일본 국회서 인정한 사안

“일본의 경제제재는 아베 정부의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국내에서도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들려고 합니다.” 두 사람이 한·일관계를 진단하며 한 말이다.

이들은 “두 사건 모두 일본 우익의 잘못된 역사인식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일본 시민사회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도 했다.

다카다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나온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한국 배제를 두고 “반민주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일본도 민주주의 나라”라며 “민주주의 기본은 삼권분립인데 아베 정부가 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전시 성노예 문제도 과거 일본 국회에서 개인 청구권을 인정했다. 일본은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도 했다.

다카다는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가 우익 집결과 평화헌법 개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일본의 헌법 9조 수호 운동을 하는 이들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 9조는 전쟁 포기, 국가 교전권 불인정 등을 규정한 일본 평화헌법의 근간이다.

일본에서 이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후쿠야마는 “일본 시민사회의 약점 중 하나가 한국이나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했다. 다카다는 “아베 정부가 들어서며 일본 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결국 올바른 과거인식을 일본 사회에 어떻게 퍼뜨릴 것인지 고민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체류기간 중 ‘촛불집회’ 참석도
한국 우익엔 ‘신기하다’ 느껴

일본 젊은 세대가 정치적 분쟁에 쉽게 동요하지 않는다는 점은 한·일 갈등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일본에서 공연할 때 우익이 찾아가 ‘(방탄소년단은) 한국에 돌아가라’고 구호를 외쳤는데 팬들이 싸워서 우익들을 쫓아냈습니다. 도쿄 코리아타운은 최근에도 일본 젊은이들로 붐빕니다.” 다카다는 “이런 모습을 일본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아베 정부가 한국에 대해 적대 정책을 취해도 젊은이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복절을 맞아 방한한 일본 평화운동가 다카다 겐은 ‘반아베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며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광복절을 맞아 방한한 일본 평화운동가 다카다 겐은 ‘반아베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며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한국·북한 문제 인식 부족은
일본 시민사회 약점 중 하나

이들은 광복절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아베규탄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 일본 일부 언론은 한국의 불매운동과 아베규탄 촛불집회 등을 전하며 한국에 반일 정서가 높아 위험하다고 보도했다. 다카다는 “방문기간 한국인에게 일본인에 대한 적대감을 느낀 일은 없었다. 촛불집회 때는 오히려 한국 내 우익세력을 보고 신기했다.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양국 사회단체 공동성명 추진

방한기간 두 사람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한국 시민사회단체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양국의 정치적 대립과는 별개로 시민사회단체 간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후쿠야마는 “한국과 일본 여러 단체가 참여해 현 상황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의견을 나누는 회의를 처음 했다”며 “아베 정권의 경제제재 사태에 대한 양국 단체의 공동성명 등 방향을 잡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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