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대신 춤추는 ‘여장 소년들의 슬픔’

2010.09.09 15:12 입력 2010.09.09 20:45 수정

아프가니스탄의 춤추는 소년 ‘바차’를 아시나요.

아프간 북부 외곽의 한 결혼식장. 자정을 갓 넘긴 무렵 신랑과 신부도 떠난 결혼식장 무도회장에는 남성들만 남아 춤추는 한 소년에 시선이 쏠려 있다.

15살의 이 소년은 그러나 외관상으로는 예쁘게 분장한 소녀나 다름없다. 얼굴은 붉은 색 스카프로 반쯤 가렸고, 가짜 가슴을 만들어 착용했으며 발꿈치에는 작은 종을 매단 채 춤을 추는 이 소년을 아프간 사람들은 ‘바차’라고 부른다.

바차들의 춤을 지켜보는 것을 ‘바차바지’라고 부르는데 현지어로 ‘소년들과 함께 놀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바차는 동화 속의 주인공이 아니다.

아프간에서는 각종파티나 무도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 여성들이 춤을 추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는데, 대신 여장한 소년들이 춤을 추며 이러한 행사에게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바차들이 가난에 떠밀려 이러한 일을 하게 되며 종종 성적학대의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아프간에서 바차바지는 불법이지만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아프간 사법 시스템이 이를 막기에는 너무 취약하다고 영국 BBC 방송이 7일 전했다.

바차들은 12살에서 18살 사이까지의 소년들이고, 대개 고아나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다. 바차들은 아프간 내 재력가나 지역유지들 앞에서 춤을 추는 대가로 2달러 안팎의 돈이나 쌀 조금을 받는다. 그러나 무도회가 완전히 끝난 뒤에 종종 바차들을 호텔로 데려가는 남성들도 있다. 소년들이 화대 대가로 받는 돈 역시 2달러 수준.

15살 소년 오미드(가명)는 10살 때 아버지가 광산에서 사고로 죽은 뒤,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바차 일을 시작했다.

오미드에게는 나약한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이 있다. 그는 “우리는 배가 고팠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미드는 때때로 강간을 당하기도 했지만 경찰서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그들은 매우 힘이 있고, 부자들이기 때문에 경찰들은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오미드의 어머니는 “내게는 아이보다 당장 내일 아침의 끼니를 준비하는게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바차의 춤을 즐기는 남성들은 부유하고 권력이 있는 이들로, 바차를 데리고 다니는 것 자체로 부와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

자비(가명)라는 40세 남성은 바차바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는 “나의 가장 어린 바차는 15살이고, 많은 아이는 18살이다”며 “가까운 친구들끼리 모임이 하나 있는데, 그 모임에서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2~3시간 춤을 추게 한다”며 자랑처럼 말했다.

자비는 “어떤 사람은 투견장에 가고, 또 다른 어떤 사람들은 닭싸움을 즐긴다. 바차의 춤을 보는 것도 나의 취미일 뿐”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경찰 당국은 바차바지가 계속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했다. 조우잔주의 경찰 부청장인 무하마드 이브라힘은 “지난 4~5년간 바차는 행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부 지방의 국회의원인 압둘카비아 우크쿤은 “불행하게도 아프간 모든 지역에서 바차바지는 늘어나고 있다”며 “지역 당국에 이것을 중지하도록 요구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쿤은 이에 대해 “아프간의 사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수년동안 무법지대인 이 나라에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카불의 독립인권위원회의 대표인 무사 마무디는 “바차는 아프간 전역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얼마나 많은 소년들이 학대의 대상이 되고 있는지 정확한 조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무디는 “아프간의 거리에는 일하는 아이들로 가득차 있다”며 “구두를 닦고 플라스틱 병을 모으고…. 아이들은 적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 갖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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