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순망치한

2013.02.14 21:25
홍인표 논설위원

1950년 10월, 중국이 한국전쟁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 참전한 것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미군과 국경에서 대치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중화학공장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고 곡창지대인 동북지방을 위험한 상태로 내버려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다른 지도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전을 하겠다며 내세운 논리가 순망치한(脣亡齒寒)이었다. 이것은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도 위험하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북·중 관계를 흔히 순망치한이라고 부른다. 전쟁을 함께 치렀다고 해서 피로 맺어진 혈맹관계라고도 한다.

북·중관계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 이후 어떤 행동을 보일 것인가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이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핵실험 당일인 지난 12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소환해 강력한 항의를 전달했다. 중국 국무원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중국망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머뭇거린다면 중국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물론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로 국경을 봉쇄하고 무상지원하는 식량과 기름 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은 당장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일은 아마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라는 존재는 중국에 부담을 주기는 하지만 완충지대로서의 전략적 자산이라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 정권이 대책없이 무너지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대량의 북한 난민이 중국 동북지방으로 몰려오면 중국 경제자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 지도부로서는 일본과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일전불사를 외치는 상황이어서 북한 문제로 신경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북한이 중국의 강력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잇따라 강행하면서 중국 사람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확실하게 행동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중국이 강력한 북한 제재를 단행할 경우 중국의 한반도 정책 핵심인 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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