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역사관 주입’ 강행… 당정 “국사, 국정교과서로”

2013.11.07 23:35

연일 “현행 검인정 폐지”

학계의 반대 여론도 무시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의 현행 검인정제를 폐지하고, 유신 시절의 단일 국정교과서 체제로 회귀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학계·일선 교사들의 반발로 보수 편향의 국사교과서 채택이 좌초되자, 당정이 직접 나서 단일 국정교과서 체제를 밀어붙일 태세다. 한국사 교육이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죽이고 정권 홍보에 악용된 1974년 유신 독재 시절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정의 고위 관계자는 연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7일 “국사교과서는 검인정 방식이 아니라 국정교과서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은 전날 “국어와 국사교과서는 국정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국회 예결위에서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통일된 국사교과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교과서 검정과 관련해 많은 문제가 드러나 국정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다. 공론화를 거쳐 정책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역사는 국정교과서로 갈 것”이라고 단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사교과서의 국정교과서 체제는 1974년 시작됐다. 박정희 정권은 1974년 2월 주체적 민족사관 확립을 이유로 당시 각각 11종이던 중·고교 국사교과서를 1종의 단일 국정교과서 체제로 바꾸었다.

바뀐 국사교과서는 유신 독재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데 악용됐다. 국정 체제 전환 직후 나온 1974년 고교 국사교과서는 유신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1972년 10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하고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달성하고자 헌법을 개정하고 10월 유신을 단행하였다. 우리는 이제 한국적 민주주의를 정립하고, 사회의 비능률과 비생산적 요소를 불식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고 기술했다.

국정교과서가 유신 정권을 옹호하고 획일적 시각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면서 김대중 정부는 1997년부터 교육과정 논의를 거쳐 2003년 다양한 검인정 국사교과서로 바꾸었다.

단일 국사교과서는 정권을 미화하고 특정 이념을 주입하는 문제가 있어 세계적으로 채택한 나라가 드물다. 유럽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검인정도 받지 않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정교과서 체제로 복귀할 경우 친일·독재미화 논란과 아들 국적 포기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이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보수세력이 생각하는 역사관을 교과서에 담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중에서 국정교과서는 거의 없고 오히려 공산주의·독재 국가들이 국정교과서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국정교과서

교육부가 저작권을 가지고 편찬하는 교과서. 정부가 집필진 선정, 내용 감수, 발행을 도맡아서 한다. 교육부 장관이 고시하는 교과목에 한정해 발행하며 학교에선 반드시 국정교과서를 사용해야 한다. ‘검인정 교과서’는 출판사가 자유로 집필진을 구해 만든 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또는 국사편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육부가 적합 여부를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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