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원고 한모양 페이스북 메시지 조작사건의 전말

2014.04.26 10:55

“맨 처음 저희(사이버 수사대)에게 진술할 때도 자기 페이스북 친구인 이○○가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라고 주장했어요. 저희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 이모라는 친구도 김씨가 가짜로 계정을 만들어, 자기가 관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게 메시지를 보낸 거라는 것을 실토했죠.”

사고 이튿날 배안에서 한모양이 보냈다며  SNS 상에 퍼진 메시지. 최초유포자인 페이스북페이지 운영자가 조작한 메시지로 밝혀졌다./페이스북

사고 이튿날 배안에서 한모양이 보냈다며 SNS 상에 퍼진 메시지. 최초유포자인 페이스북페이지 운영자가 조작한 메시지로 밝혀졌다./페이스북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의 말이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난 뒤, SNS 상에서 “아직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주장의 근거로 가장 많이 제시된 게 안산단원고 2학년 한○○ 학생의 페이스북 메시지 글이었다.

내용은 “식당 옆 객실에 6명이 있으며, 아무 것도 안보인다. 빨리 구조해달라”는 내용이다. 급박한 상황을 반영하듯 “식당 쪽에 사람이 많다”는 부분은 ‘맘ㄴㅎ아요’로 철자가 틀려있다.

사고 난 지 하루 뒤, 오전 11시22분 한 양이 보냈다는 메시지엔 사고가 난 진근 인근 해역이 메시지 발송지라는 GPS 위치표시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한양의 아버지를 비롯한 친척들은 이 메시지를 근거로 SNS 상에 당국에 빠른 구조를 요청하는 절박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조작이었다니.

사실, ‘의심’은 누리꾼으로부터 제기되었다. 이 메시지가 최초로 등장한 곳은 ‘이번주는당신입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였다. 의문은 왜 하필, 한양이 이전까지 전혀 일면식 없는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에게 메시지로 구조요청을 보냈냐는 것이었다.

한 누리꾼이 의심을 품고 물었다. 그 운영자는 처음 자신에게 제보한 사람은 “한양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다른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탈퇴했다”고 답했다. 말이 바뀐 것이다. 이 누리꾼은 주고 받은 내용을 캡쳐해서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즉, 한○○양 구조메시지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는 추론이다.

그리고 4월 23일, 최초 유포자 김모씨(20·대학휴학생)를 검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검거된 김씨는 앞의 ‘이번주는당신…’ 페이지의 운영자였을까.

“맞습니다. 김씨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어플로 만들어낸 지도도 발견했습니다.” 경찰관계자는 “김씨가 사실이 밝혀진 뒤 한양의 아버지도 퍼가면서 그렇게 널리 퍼질지는 몰랐다며 울먹였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한양이 마지막으로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낸 시간도 확인했다. 사건이 나던 당일 오전 8시 48분이었다.

남은 쟁점이 있다. ‘불구속 입건되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엄밀히 말해 이 사건은 내사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김씨는 “구조작업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기 위한 취지였다”는 주장을 폈지만 결과적으로 그 거짓말은 유족들과 구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른바 미네르바법으로 불린 허위사실유포죄, 즉 전기통신법 47조 1항이 위헌판결이 난 뒤로 적용할 법조항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재난이나 위급상황에 사람들을 호도할 수 있는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는 처벌받아야하지 않을까.

헌재에서 47조 1항 위헌성을 적극 주장했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문의했다. “명백하게 피해를 끼친 경우라면 처벌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실제로 구조 활동을 오도했거나 그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SNS상의 허위정보는 안 믿는다고 밝혔는데 그런 피해가 있었을까 의구심이 든다.” 실제 피해 입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씨가 큰 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일로 김씨가 교훈을 얻었기를 바랄 뿐이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