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있다던 박 시장은 누구?’…서울인권헌장 폐기 반발 확산

2014.12.02 18:06 입력 2014.12.03 10:21 수정

“인권 원칙을 어떻게 합의할 수 있나?” “서울시가 생각하는 인권은 무엇인가?”

서울시가 동성애자 차별금지 조항 포함에 부담을 느껴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용도폐기하기로 한 결정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시민사회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협치 중단을 고민하고, 개신교 등 보수단체는 기존 인권헌장까지 무산시키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 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선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주최로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의 전문위원과 시민위원, 인권운동가 등 8명이 모여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과정, 서울시는 과연 무엇을 했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고 인권 원칙을 져버린 서울시의 결정을 비판했다.

시민위원회를 기획한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전문위원)은 “정치적 쟁점이나 사회적 논란을 다루지 말라던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과 똑같은 얘기를 박원순 시장에게서 들을지는 몰랐다”고 했다. 김 소장은 “시민위원회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면담을 요청하자 박 시장이 ‘(나를) 곤경에 빠뜨리기로 작정했느냐’,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뭐하러 만드냐’는 무책임한 말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인권 문제를 액세서리처럼 필요하면 빛을 내는데 쓰다 부담되면 버리는 행태를 보일지는 생각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헌장 제정 과정에서 혐오 세력의 난동은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서울시가 일이 커지자 의사진행 방해를 하는 등 무책임했다”고 덧붙였다.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시민위원에 선정됐다. 서울학생인권조례 등 인권문제를 다룰 때마다 쟁점이 된 성소수자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마지막 회의 결과에서 보듯 “설득이 아닌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혐오적 표현이 의견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국장은 “서울시는 애초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명시되지 않은 인권헌장을 원한 것”이라면서 “시민위원으로서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 곁에 있다던 박 시장은 누구?’…서울인권헌장 폐기 반발 확산

서울시의 폐기 결정으로 시민참여를 통한 헌장 제정이라는 취지가 바랬다는 비판도 나왔다. 배경내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전문위원)는 “서울시는 인권헌장이 당초 취지와 달리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어 유예한다고 말하는데 서울시의 태도가 오히려 갈등을 부르고 있다”면서 “인권헌장이 합의에 이르지 않아 선포할 수 없다는 말은 인권은 합의될 때까지 계속 유예해도 된다는 위험한 사고”라고 비판했다. 배 활동가는 “시민위원 중에는 신앙문제로 고민하다 인권 증진이라는 대의를 위해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 포함에 표를 던진 분도 있었다”면서 “서울시의 결정은 참여 민주주의도 용도폐기 가능한 약속이라고 고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욜 인권재단사람 활동가는 대부분 자치단체들이 인권헌장이나 조례를 가지고 있지만, 허울뿐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의 파행을 계기로 광주에선 ‘시 인권헌장’과 ‘학생인권조례’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자치구 최초로 인권헌장을 제정한 성북구에서도 기독교 단체에서 복지사업 중단을 빌미로 위협 시도가 있다는 것이다. 정 활동가는 “서울시의 결정은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면서 “인권도시를 주창한 지방자치단체들의 미숙한 대처가 인권을 위협받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몽 언니네트워크 활동가는 “박 시장이 선거에 나오면서 ‘당신 곁에 누가 있습니까’라는 구호를 내걸었는데 이제 ‘우리 곁에 있다고 한 박 시장이 누구입니까?’라고 묻고 싶다”면서 “혐오세력의 목소리가 시정에 받아들여지면 또다른 인권침해에 놓여있는 사회적 소수자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의 발언에 대해 당시 면담에 참석한 시민위원회 관계자는 “입장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언급된 발언의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민위원회는 ‘세계 인권의 날’인 오는 10일 자체적으로 인권헌장을 선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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