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김한길·안철수·박지원도 ‘봉변’···문재인 “정권교체 못하는 것도 통탄스러운데···”

2015.05.23 17:52 입력 2015.05.23 17:56 수정
디지털뉴스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 주변에서 5000여명의 추모객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그러나 여당 대표로는 처음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로부터 비난을 들은 데 이어 추모객들의 야유와 욕설 속에 퇴장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주변에 차려진 추도식장에 같은 당 소속 강기윤·박대출·이군현 의원 등 10여명과 함께 도착했다. 김무성 대표는 추도식 직전 행사장에 온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문 대표와 서로 옆자리에 앉았다. 새누리당에선 1주기와 4주기 때 당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당을 대표해 각각 추도식에 참석한 적은 있었지만, 당 대표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측에서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특보가 자리를 함께했고, 새정치연합에서는 이종걸 원내대표,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지원 의원 등 전·현직 지도부가 참석했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정부측 대표로 참석한 김재원 대통령 정무특보, 천호선 정의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부터)가 묘역에서 헌화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정부측 대표로 참석한 김재원 대통령 정무특보, 천호선 정의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부터)가 묘역에서 헌화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권 여사 등 유족을 포함해 이해찬 이사장, 한명숙·이재정·문성근 이사, 문희상 고문 등 노무현재단 임원과 참여정부 인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시민의 힘!’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추도식은 애국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추도사, 유족 인사말 등 순서로 진행됐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추도사에서 “대통령님 결단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대선자금 수사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다”며 “모든 정치적 이해타산을 버리고 역사의 커다란 흐름에 참여하는 큰 명예로움으로 함께 협력하자”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반성도 안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반성도 안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연합뉴스

이어진 유족 인사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김무성 대표에 대해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손님’이라고 비꼰 뒤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로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을 읊어대고 국정원 몰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아무 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신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의 표정은 굳어졌다.

추모공연을 끝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과 정치인 등은 행사장을 떠나 차례로 묘역 참배를 한 뒤 1시간가량 진행된 추도식을 마무리했다.

김무성 대표는 묵념을 마친 뒤 조문객과 인사하기 위해 서있던 권양숙 여사와 건호씨에게 다가갔으나, 표정없이 허리를 숙여 권 여사에게 인사했을 뿐 옆에 있던 건호씨와는 눈을 마주치거나 따로 인사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경찰 호위 속에 행사장을 나가던 김무성 대표는 일부 추모객들로부터 “찌라시를 팔아먹고 무슨 염치로 왔냐”, “왜 왔어, 나가라”는 야유와 욕설을 들었으며, 일부 추모객들은 김 대표를 향해 생수통을 던지고 물을 뿌리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는 차량을 타고 얼른 추도식장을 빠져나갔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도식장을 찾은 비노 인사들도 일부 추모객들로부터 야유를 듣거나 물세례를 맞았다. 사회를 맡은 김은경 전 청와대 행사기획비서관이 내빈소개를 하며 지난 3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이름을 호명하자, 행사장 주변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묘역을 참배할 때는 김한길 전 대표에게 일부 추모객이 물을 뿌리고 “너만 살겠다는 거냐”, “한길로 가야지”라고 소리를 질렀다. 천정배 의원도 “당을 분열시키지 말라”, “원조 친노가 잘해야 하지 않느냐”는 비난을 들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뒤에서 욕하고 다니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고,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서도 야유가 나왔다.

반면 문재인 대표를 향해서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문재인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노무현의 이름을 앞에 두고 친노·비노로 분열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정말 부끄럽다”면서 “정권교체를 하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통탄스러운데, (분열하는 모습에) 대통령께서 어떤 심정일까 싶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등 떠나신 분들은 이제 놓아드리면 좋겠다. 그 분들의 이름을 말하며 분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은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 사람사는세상(www.knowhow.or.kr/memorial/index.php)과 팩트TV를 통해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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