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 신디 매니저로 뜬 최권 “10년 무명, 오디션만 줄잡아 100번… ‘웃으며 기다리자’ 스스로 다독였죠”

2015.06.29 21:29 입력 2015.06.29 22:42 수정

“알아준다고 들뜨지 않고 유해진 선배님처럼 나만의 향기 가지고 싶어”

방송사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KBS2 드라마 <프로듀사>는 결국 사랑 이야기였다. 오래된 친구 사이인 PD끼리의, 신입 PD와 인기 연예인 사이의 사랑을 예고하며 막을 내렸다. ‘어벤저스급’ 출연진의 러브라인이 꽃피는 중에도 유독 눈길을 끈 관계가 있다. 바로 극중 톱스타인 ‘신디’(아이유)와 그의 매니저(최권)다.

요즘 온라인엔 둘의 장면만 모아놓은 동영상이 돌아다닌다. 신디의 온갖 투정에도 ‘어리바리’한 매니저는 ‘헤헤’ 웃기만 한다. 그런 매니저가 소속사에서 버림받을 위기에 처한 신디에게 “한번만 꿇자고 그랬지. 그게 그렇게 힘드냐. 나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꿇어”라고 고함치며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덩달아 눈물짓게 했다. 극중 이름도 없는 ‘신디 매니저’는 ‘신 스틸러’(주연 이상으로 주목받은 조연)로 불리며 화제가 됐다.

연기 경력 10년째에야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최권은 “화려하기보다 공감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연기 경력 10년째에야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배우 최권은 “화려하기보다 공감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최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신디 매니저’ 역의 배우 최권(34)은 “신디 매니저로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프로듀사>에서 처음 본 듯하지만 그는 사실 올해로 연기 경력 10년째인 배우다. 그의 표현대로 ‘논바닥에 들어선 아파트가 사라지고 다시 논이 될 수도 있는’ 세월을 거쳐 뒤늦게 얼굴을 알리게 된 셈이다.

“<프로듀사>에 출연하기 직전이 굉장히 힘든 시기였어요. 서른 살을 훌쩍 넘어 사랑하는 아내나 아이들을 책임질 나이가 됐는데, 전 그런 사람들이 없잖아요. 믿어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해서 집에 잘 안 가게 됐죠. 그런데 어쩌겠어요. ‘기다려라, 기다리는 배우가 이긴다’는 배우 선배님들 말씀에 자꾸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웃자’며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죠.”

최권은 인터뷰 내내 눈 한번 마주치기가 어려울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끼’는 다분한 사람이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연기학원에 찾아간 고등학교 2학년생이 바로 당일 우연히 보게 된 광고모델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일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또 노래와 춤을 즐겨 가수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군대를 제대한 뒤엔 탭댄스를 하러 다녔다. 홍대 앞 놀이터가 그의 무대가 됐다. 광대 같은 자유로운 삶이 인생 목표였다.

“어렸을 때부터 예체능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것 같아요. 탭댄스를 춰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거예요. ‘아무래도 연기를 해야겠다’란 생각이 들었죠.”

‘프로듀사’ 신디 매니저로 뜬 최권 “10년 무명, 오디션만 줄잡아 100번… ‘웃으며 기다리자’ 스스로 다독였죠”

그의 공식 프로필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듬성듬성하다. 공백기가 많다는 이야기다. 한 해에 드라마 조연을 한 차례 맡는 데 그칠 때도 있다. 오디션만 어림잡아 100번 넘게 본 것으로 그는 기억한다. 기회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지만 최권은 ‘긍정의 힘’으로 버텼다. 그는 “정말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려면 스스로 계속 성찰하고 노력하고 갈망해야 하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권의 삶에 <프로듀사>는 전환기를 가져왔다. 이제 곳곳에서 “어? 신디 매니저다”라며 자신을 알아볼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을 즐길 법도 하지만, 최권은 경계했다. 그는 지금 무엇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으로 ‘연기 공부’를 꼽았다. 최권은 “누가 좀 알아봐준다고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책도 읽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연기에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다는 최권이 추구하는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공감’이다. “화려하기보다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유해진 선배님 같은 배우를 보면 말 한마디에도 그 사람만의 향기가 녹아 있잖아요. 제가 가진 유일한 욕심은 저만의 향기를 가진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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