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승민 축출’ 방치한 채 오락가락하는 집권당 대표

2015.06.30 21:13

정치지도자의 숙명 가운데 하나는 매 순간 결단을 내리는 일이다. 그 결과가 정치적 자산이 될지, 부채로 남을지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당장은 자산인 것처럼 보이는 선택이 부채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부담감을 용기와 의지로 돌파한 사람들만이 성공한 정치인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김무성 당 대표에게 주목하는 것도 그가 과연 집권당의 지도자다운 인물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행보는 시종여일하다. 친박근혜계 최고위원들의 사퇴 요구에 “고민해보겠다”고 대답한 그는 “밤사이 심경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김무성 대표는 어제 “유 원내대표 스스로 결단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를 모양새 좋게 퇴진시키자는 것으로, 친박의 입장도 고려하면서 유 원내대표의 처지도 감안한 절충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가 신임을 받으면 대통령은 뭐가 되며, 대통령 뜻대로 되면 유 원내대표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결론이 어떻게 나든 파국인데 그러면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의 위신 손상과 당 내분 모두를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은 씁쓸하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질타했을 때 그는 유 원내대표를 엄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뜻을 읽은 뒤에는 “(유임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방향을 바꾸는 듯했다. 그러다 여론이 친박에 비판적으로 돌아가자 “(의원들의 뜻을 묻는)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대통령 눈치 보기는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가 이튿날 사과한 적이 있다. 여의도연구소장에 박세일 전 의원을 임명하려다 친박의 반대에 부딪히자 접기도 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뜻을 거역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비이성적 태도에 균형을 잡아줄 이는 현재 집권당 대표뿐이다. 김 대표는 당초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부정적이었다. 당 대표로서 그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판단이고, 당내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믿는다면 대통령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든지, 당내 논의의 흐름을 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지금이라도 집권당의 대표이자 국정의 중심축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당의 중심을 잡고 유 원내대표 축출 운동을 막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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