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조선업 실직자, 강도·자살 잇따라

2016.04.22 22:14 입력 2016.04.22 22:15 수정

작년 이어 올해도 대규모 구조조정 예고…사회문제 우려

조선업체에 다니다 직장을 잃은 30대 가장이 자살을 시도하다 주민 신고로 목숨을 건졌다. 조선업 협력업체에서 실직한 30대 남자는 이웃집에서 강도짓을 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조선업계가 사상 최악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일터를 잃은 직원들의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오전 1시22분쯤에는 부산 기장군 정관읍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김모씨(36)가 승용차 조수석에 착화탄을 피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차에 불이 났다. 김씨는 주민 신고로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경찰은 “김씨가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3명의 딸을 둔 김씨는 2개월 전 회사 사정이 나빠지면서 조선소를 그만둔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1일 오후 5시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한 원룸건물에서는 강도사건이 일어났다. 박모씨(34)가 옆집에서 출입문을 열고 나오는 여대생 남모씨(21)를 집 안으로 밀어넣고 흉기로 위협했다. 박씨는 남씨의 직불카드를 빼앗아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인근 편의점에서 90만원을 인출했다. 남씨는 강도가 달아난 뒤 1시간 만에 손발을 묶은 노끈 매듭을 풀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집 주변을 집중 탐문해 신고 50분 만에 박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대형조선사 협력업체에 다니다 지난해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였다. 대출금을 갚지 못했고 월세도 밀리는 등 생활고를 겪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17일에는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협력업체 대표인 서모씨(63)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서씨가 자살을 암시하고 전화를 끊었다”는 지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한 병원 주차장에서 서씨를 발견했다. 서씨의 유서에는 “자금 압박으로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조선업계는 적자와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해에만 1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등 국내 중대형 9개 조선사에서 고용한 조선·해양 분야 인력은 2014년 20만4635명에서 지난해 19만5000여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청 조선사의 1·2차 협력사들도 5000여명을 줄인 것을 감안할 때 1만5000여명이 일터를 잃은 것이다. 수주 급감에다 해양플랜트 악재까지 겹치면서 대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협력사의 자금난 악화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조만간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생산직을 포함해 총인원의 10%가 넘는 최대 3000명을 구조조정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조선업계의 대규모 실직사태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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