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안 헐뜯기 중단하고, 비전과 정책을 두고 토론하라

2017.04.06 20:39 입력 2017.04.06 23:11 수정

원내 5당의 대선후보가 모두 확정돼 대선 본선이 시작되자마자 각당과 후보들이 서로 헐뜯기 바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양강 구도로 선거판이 재편되면서 상대방 공격이 부쩍 늘었다. 국민의당은 아침 회의 때마다 문 후보를 공격해 ‘문모닝’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어제는 안 후보의 조직폭력배 연루설이 제기됐다. 대선판이 헐뜯기 경연장인지, 국가의 미래를 이끌 대안을 두고 경쟁하는 장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후보들에 대한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필수다. 최근 문 후보에 대해 제기되는 각종 의혹은 철저히 검증돼야 하며, 문 후보 측은 성실하게 해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유력후보들에게는 권력의지만 있을 뿐 국가를 어떻게 이끌고 시민의 삶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담은 비전과 구상이 보이지 않는다. 정책 대결은 제쳐두고 상대방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대책은 분명하지 않고, 미래산업이라는 4차 산업혁명은 그 실천 방안이 모호하다. 어제 문 후보는 광양제철소와 목포신항, 광주 5·18민주묘역에 이어 목포대를 방문, 청년 일자리 해결 대책을 밝혔다. 안 후보는 그제 아침 지하철에서 출근길 시민을 만난 뒤 일산 킨텍스에서 전기차를 시승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언급했다. 이벤트성으로 시민을 향해 몇 마디 던지는 것이 정책 대결인 양 치부되고 있다. 정의당을 제외하고 각당과 후보 대변인이 하는 논평은 아예 상대방 비난 일색이다.

이번 대선은 다른 어느 때보다 정책 토론이 중요하다. 외교 안보와 경제, 민생 현안은 많은데 시간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음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시민의 기대는 높은데 여소야대라는 불리한 정치 지형에서 현안을 마주해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펴나갈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토론을 통해 다져지고 검증된 정책이 없으면 곧바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노동·복지·생태·평화 세력의 정치연합을 제의했다. 바람직한 일이다. 유권자를 자극하는 헐뜯기가 아닌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선거가 끝나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급조된 정책이 아니라 오랜 검토 끝에 마련한 지속가능한 정책을 놓고 유권자들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후보들의 일방적인 정책 발표가 아니라 후보들이 내용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경쟁이 돼야 한다. 대선판을 주도하는 문·안 두 후보가 이런 정책 대결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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