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 “대통령 음모론 언급 사실이라면 참기 힘든 모욕···진상조사 필요성 더 보여줘”

2024.06.28 14:18 입력 2024.06.28 15:20 수정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6일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마련된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슬픔에 잠겨 있다. 조태형 기자 이미지 크게 보기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16일 서울 중구 부림빌딩에 마련된 임시 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에서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슬픔에 잠겨 있다. 조태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관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을 통해 공개된 데 대해 유가족들이 공분을 표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계기”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공개된 김 전 의장의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는 김 전 의장이 이태원 참사 직후인 2022년 12월5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윤 대통령과 독대한 내용이 담겼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특정 세력’에 의해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말했다고 기술했다.

김 전 의장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했다”고 말했더니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즉각 김 전 의장이 책에서 밝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반박했지만 유가족들은 28일 극우 유튜버나 했을 법한 말을 윤 대통령이 실제로 했다면 ‘충격적’이라고 반발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참기 힘든 모욕”이라며 “유가족 측은 사고 초기부터 대통령실과 정부 등에 2차 가해를 방지해달라 요구했었는데, 정작 대통령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충격”이라고 말했다. 고 이지한군 아버지 이종철씨는 “참사 직후 대통령 면담을 계속 요구했지만 유가족과 만나주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유가족도 만나지 않은 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사고의 원인을 둘러싼 의혹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고 유연주씨 아버지 유형우씨는 “이런 의혹이 진상조사를 왜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참사 당시 대응이 왜 미비했는지, 참사 이후로도 왜 희생자들이 범죄인 취급을 당했는지 등에 대해 철저히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이런 의혹을 가진 사람들이 사과할 수 있게 더욱 명명백백하게 참사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태원참사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이 진행 중에 있으나 국회의 조사위원 추천 작업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야당인 민주당은 위원 추천을 마무리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아직 위원 추천을 하지 않았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지난 1월9일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1차 제정 시도가 무산됐다. 이후 여야가 합의로 새로운 법안을 발의해 5월2일 국회를 통과했고 대통령이 공포함으로써 입법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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