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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불안 부추긴 장본인들, 적반하장 ‘색깔론’

2017.04.21 21:28 입력 2017.04.21 21:30 수정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 대한 공방은 송 전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간 진실 공방으로 흐르고 있지만, 애초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발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정치공세가 발단이다.

[기자메모]한반도 불안 부추긴 장본인들, 적반하장 ‘색깔론’

이 회고록은 북핵 협상이 절정에 달했던 10년 전 상황에 대한 협상 담당자의 기록이다. 북한인권결의안 관련 부분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한 것은 인권결의안에 찬성하기로 해놓고 남북정상회담을 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방침이 바뀌는 정부의 원칙없는 대북 접근법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당시 여당은 이 부분에서 북한이 결의안 찬성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파악해보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발언만을 집어내 문제 삼았다.

논란에 앞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당시의 상황이다. 북핵 폐기, 북·미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높은 수준의 주고받기가 진행 중이었다. 한·미가 북한과 온갖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당연했다. 당시 송 장관은 유엔에서 북한 측과의 접촉 결과를 근거로 북한의 반발은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내통해 결재를 받아온’ 사람은 송 전 장관인 셈이다. 그런데 여당은 송 전 장관이 아닌 “국정원 채널로 재확인해보자”고 한 문 후보를 겨냥했다.

심지어 이 책에는 한·미가 협상 진전을 위해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불법자금을 ‘돈세탁’해주고 정부 금융기관을 동원해 ‘배달’까지 했다는 내용도 있다. 그럼에도 여당이 이 같은 한·미의 ‘이적행위’를 문제 삼지 않는 것은 그 일에는 문 후보가 관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문 후보도 당시 상황에서 북한의 반응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당당히 맞서지 못하고 어정쩡한 대응으로 엉뚱하게 송 전 장관과 진실 공방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남북과 미국이 고도의 협상을 벌이던 한반도 환경을 전쟁 직전의 위험지역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해묵은 색깔론을 꺼내 선거에 악용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보수의 한심한 안보관에 개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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