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문 대통령에게···" 이한열 영정사진 찍은 킴 뉴턴의 편지 '간절한 메시지'

2017.06.14 15:17 입력 2017.06.14 15:37 수정

지난 1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6·10항쟁 기념식에서 킴 뉴턴 교수(64·애리조나대)가 1987년 자신이 찍은 사진과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지난 10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6·10항쟁 기념식에서 킴 뉴턴 교수(64·애리조나대)가 1987년 자신이 찍은 사진과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외신 기자로서 1987년 민주화운동을 취재했다가 올해 30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킴 뉴턴 교수(64·애리조나대)가 자신이 진행자로 참여한 6월 항쟁 30주년 관련 MBC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6·10항쟁 기념식에서 뉴턴에게 직접 받은 사진과 편지를 공개했다. 뉴턴이 문 대통령에게 선물한 사진은 그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1987년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 전날인 7월8일 당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이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총학생회 사회부장이던 배우 우현씨가 고개를 숙이고 이한열 열사를 애도하는 장면을 담았다.

14일 편지 전문을 보면 그는 문 대통령에게 MBC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자신을 찾아내 6월항쟁 3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제안한 사연을 소개했다. 뉴턴은 “이 다큐는 앞선 세대에게는 자신들의 성취를 상기시켜 주고, 젊은 세대에게는 그들 자신의 역사를 알려줄 것”이라며 “다큐에서 제 작업과 경험을 소개할 기회를 얻게 돼 기뻤다”고 밝혔다.

프리랜서 사진기자로 1987년 6월항쟁부터 이듬해 치러진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까지 일련의 과정을 취재한 후 한국을 떠났던 뉴턴은 <MBC 스페셜> ‘6·10항쟁 30주년’ 편 촬영을 계기로 지난 3월 30년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뉴턴은 이 다큐의 진행자를 맡아 서울광장 일대와 명동성당, 연세대학교 등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현장을 다시 방문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 등을 두루 찾아 한국의 민주화를 30년에 걸쳐 지켜본 소회를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은 올해 6월 방영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말부터 제작됐지만 내용은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월말 김장겸 사장이 새로 부임한 직후 MBC 경영진이 ‘이 다큐 제작을 승인한 적이 없다’며 제작 중단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뉴턴은 편지에서 문 대통령에게 “3월 이후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지 못하게 된 정치적 상황에 대해 알게 됐다”며 “이 이야기가 대중에 보여지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알고 슬픔에 빠졌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한 역사의 목격자로서 온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제 이야기가 한국 사람들에게 공유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편지를 끝맺었다.

뉴턴이 지난 10일 사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편지. 사진=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뉴턴이 지난 10일 사진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편지. 사진=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뉴턴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전문>(번역)

문재인 대통령님께.

대통령님을 뵙고 제가 사진기자로서 1987년 학생들이 주도한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취재하며 찍은 중요한 역사적 사진을 드릴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30년 전, 저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미국과 일본·유럽의 주요 잡지에 전달하는 사진기자였습니다. 이때의 일들은 헌법 개정과 민주적 선거로 이어져 오늘날 지난 5월9일 대통령님의 당선으로서 목도되기에 이르렀습니다.

30년 전 저는 전 세계에 한국 민중의 정치적 변화에 대한 열망을 전달하는 국제 기자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그 경험은 언론의 자유가 가진 힘에 대한 저의 신념을 더욱 공고하게 해주었고, 제 전 이력에 걸쳐 자유로운 언론과 민중의 열망이 함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낸 좋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1987년 대통령 선거 운동에 이어 1988년 치러진 최초의 직선제 선거를 취재한 후 저는 한국을 떠나 30년 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최근 한국에 돌아오게 된 것은 제가 대통령님께 사진으로 대표되는 ‘사진의 힘’과 오늘날 ‘한국 사람들의 힘’ 덕분입니다. 이 사진은 1987년 7월8일에 찍은 것으로, 두 학생이 그해 6월 학생운동 중에 죽임을 당한 이한열을 애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0년의 시간이 지나고 사진 속 두 학생은 한국 사회의 주요한 일원이 되었습니다. 우상호 의원은 사진 속 두 사람 중 한 명으로, 이 장면에 고무돼 이 사진을 자신의 집무실에 걸어두었습니다.

이를 통해 MBC의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저를 찾아낼 수 있었고, 1987의 6월항쟁의 30주년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참여하도록 저를 초청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30년간 저는 한국 정치 상황을 언제나 접해왔고, 사진 기자로서 이 ‘젊은 민주주의’의 탄생에 아주 작은 역할을 했던 것을 늘 자랑스럽게 여겨왔습니다. 그래서 이 ‘중요한 역사 다큐멘터리’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을때 이 기회를 영예롭게 받아들였습니다. 올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앞서 저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제가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1987년에 시작한 취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했고, 탄핵 과정이 한국 민주주의가 지난 30년 간 얼마나 성공적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3월 탄핵 선고 이후 한국을 떠나면서, 저는 대한민국이 매우 자랑스러웠고, 역사적 순간의 과거와 현재에 모두 함께한 것이 영광스러웠습니다. 저는 앞선 세대에게 자신들의 역사적 성취를 상기시켜 주고, 젊은 세대에게는 그들 자신의 역사를 알려줄 다큐멘터리에서 제 작업과 경험을 소개할 기회를 얻게 되어 무척 기뻤습니다. 3월부터 저는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수 없게 한 ‘정치적 상황’에 대해 알게 됐고, 이 이야기가 대중에 보여지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알고 슬픔에 빠졌습니다. 저는 이곳에 정치적 목소리를 내러 온 것이 아니라 순수한 목격자의 한 사람으로서, 언젠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로 이르게 되는 길에 대한 저의 이야기가 한국 사람들에게 공유되기를 희망합니다.

킴 뉴턴 드림.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