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심’의 실체 정확히 가려서 써야

2017.06.21 21:20 입력 2017.06.21 21:39 수정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기고]‘군심’의 실체 정확히 가려서 써야

국방개혁의 실패 원인으로 과도한 정치적 의도 개입, 개혁 관련 법제화의 실패, 낮은 수준의 국민적 지지, 적정 국방예산 확보 실패, 그리고 군의 집단이기주의를 꼽는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군의 통합을 해치는 각 군 이기주의다. 자군 중심의 배타적 행태는 편협한 것으로 군의 고질적 병폐다. 통합해 적과 싸울 준비를 해야 할 군은 집단이기주의에 집안싸움이나 하는 후진적 구조다.

그런데 개혁 집행부가 군을 장악하지 못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서 봉합해 버리니 개혁은 본질이 훼손되고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구심점 약한 3군의 병립적 구조, 균형발전 명분에 따른 예산 나눠먹기, 해묵은 군 간 불신이 만들어낸 우리 군의 독특하고도 파행적인 모습이자 청산해야 할 모습이다.

모든 개혁에는 저항과 고통이 따른다. 국방개혁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제도로 보호받고 관행을 통해 특혜와 이득을 누려온 기득권 세력이 저항하기 마련이다. 오랜 역사의 자군 이기주의와 관행이란 이름의 적폐를 깨야하고, 각종 비효율적 제도를 뜯어고쳐야 하며, 임관 출신 간 불신과 진급 만능주의도 수술해야 한다.

처음에는 개혁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받아들이는 시늉을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 또한 잘 알고 있다. 안보상황에 변화가 있거나 또는 개혁 추진동력이 떨어진다 싶으면 이 틈을 놓치지 않는다. 온갖 되지 않은 명분과 구실을 제시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사안은 중장기 과제로 분류해 차기 정부로 넘겨 버린다. 실현되기 힘든 상황조건 단서를 달아 마냥 뒤로 미루는 식의 저항은 개혁을 방해하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시작하는데, 단골 화두가 군심(軍心)이다. ‘내심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군심’ 등을 내세워 개혁에 반대하는 일부 기득권의 마음이 마치 군 전체의 일치된 생각인 양 오도한다. 언론을 통해 군심 이반, 군심 동요, 출렁이는 군심을 전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군심의 사전적 의미는 군인들의 일치된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기득권 세력은 대통령의 정당한 통수권 행사와 개혁의지를 훼손시키고자 부하들의 생각이 무조건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는 아전인수식 군심을 내세우니 억지의 극치다.

군심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각 군별, 지역별, 계급별 병력 수 등을 근거로 표본집단을 엄정히 선별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객관적인 설문지로 설문을 진행하고 과학적인 통계기법을 동원해야 한다.

한데 과거부터 최근까지 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군심을 들먹였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통계적 엄밀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자신의 불만을 숨기고, 앞으로 닥칠 불이익을 막을 요량으로 군심을 들먹이는 것에 불과하다. 개혁과정에서 저항세력이 즐겨 쓰는 군심이란 말은 불안감과 분노를 갖고 있는 집단이 이기적 목적에서 악용하는 표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방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저항세력부터 척결해야 한다. 군심을 들먹이는 자들이 그들이다. 이를 위해 군심을 정확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정성적 판단에 더해 정량적 분석과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국방개혁 과정에서 군인들 저변의 생각과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 또한 요구된다.

지금 군 내부에서는 “지금까지는 너희끼리 해먹었으니 앞으로는 우리끼리 해먹는 게 개혁이다”라는 자조 섞인 소리가 돈다고 한다. 집단이기주의와 군 간 불신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다. 이들이야말로 군의 발전과 통합을 막는 자들로 적폐세력이자 청산해야 할 대상임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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