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성연습 하자며 온몸을 만져···” 연출가 이윤택 성폭력 세번째 폭로 나와

2018.02.19 13:30 입력 2023.04.17 14:23 수정
김형규 기자

극단 나비꿈 이승비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

극단 나비꿈 이승비 대표의 페이스북 캡처

성추행과 성폭력 가해 사실이 폭로된 유명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66)가 또다른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담은 피해자들의 증언은 이번이 세번째다. 이씨가 오랜 세월 연극계에서 거장으로 군림해왔고, 스스로도 “18년 가까이 관습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털어놓은 만큼 향후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승비 극단 나비꿈 대표(42)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묵인하고 있다는 게 죄스러워 간단히 있었던 사실만 올립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이 대표는 “아주 오래 전 국립극장에 객원단원으로 뽑혀 실러의 ‘군도’를 각색한 ‘떼도적’이란 작품을 6개월 간 쟁쟁하신 선생님들과 연습을 하게 되었고, 전 메인팀인 A팀의 여자주인공 아말리아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사건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제가 총 10회 공연 중 7회, B팀의 여자주인공인 배우는 3회 계약을 하고 힘들게 공연을 올리던 도중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그 연출가이자 그 당시 국립극장 극장장이던 그 분(이윤택)이 공연 중인데도 불구하고 낮 연습 도중 저보고 따로 남으라고 했고, 그 이유인 즉슨 워낙 큰 대극장이기에 발성연습을 조금만 하자는 거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시는 CCTV도 없고 그는 그곳에서도 왕 같은 교주 같은 존재이기에 남아서 따로 연습에 응했다”며 “(이윤택이) 대사를 치게 하면서 온몸을 만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너무 무섭고 떨려서 제 몸은 굳어져가고 수치스러움에 몸이 벌벌 떨렸다. (...) 전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쳐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신을 가다듬고 행정실로 찾아가 모든 얘기를 전했지만 그 일에 관련된 얘기는 듣지도 않고, 원래 7대3이었던 공연 횟수가 5대5로 바뀌었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충격에 휩싸여 집에 오는 길에 응급실로 실려갔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그 날 공연을 못하고 전 마녀사냥을 당했다. 최초로 국립극장 공연을 빵꾸낸 이승비 배우라고…”라며 “당시 모든 사람들이 날 몰아세웠고 심지어 당시 제 남자친구가 그 공연에 코러스였는데 그 친구 역시 연희단 거리패였기에 모든 것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 뒤로 신경안정제를 먹고 산다”며 “이 무시무시한 일들이 더이상 후배들에게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남긴다”고 적었다.

중앙대에서 연극을 전공한 이승비 배우는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2002년),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2005년) 등을 수상했고 독일 드레스덴 국립극장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대표가 이윤택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시기는 2005년으로 추정된다. 그해 국립극단은 한국과 독일에서 차례로 독일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대표작 ‘군도’를 각색한 ‘떼도적’을 공연했다.

장기간에 걸친 연쇄 성폭력 범죄 사실이 최근 폭로되기 시작한 연극 연출가 이윤택.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장기간에 걸친 연쇄 성폭력 범죄 사실이 최근 폭로되기 시작한 연극 연출가 이윤택.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윤택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개사과했지만 성폭행 사실은 부인했다.

이씨는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법적 절차에 따라서 그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는 피해자 몇 명인지 파악하고 있냐는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게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생활에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 제가 어떨 때는 이게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씨는 “연극계 선후배 분들에게도 사죄드린다”며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덧붙였지만 연극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지난 18일 밤 늦게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고 이윤택의 연극계 영구 제명·이윤택이 수상한 모든 상 취소·진정성 있는 참회와 사과·사법 절차 병행 등 4가지를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전문]이윤택, 성폭력 공개사과… 성폭행은 부인

▶관련기사: 여성연극협회 “이윤택이 받은 모든 상 취소하고 연극계 영구 제명해야”

['침묵'에서 '미투'로](7)‘이윤택 성폭력’ 추가 폭로·청와대 청원…연극계가 들끓는다

[사설]연극계로 번진 성폭력, 이윤택을 향한 ‘미투’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