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과학과 사회

북한 어뢰와 유병언의 공통점

2014.07.24 21:01 입력 2014.07.24 21:13 수정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합동조사단에 의해 밝혀졌다. 조사단은 북한이 쏜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켰다고 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55일 만의 일이었다. 그게 의외였던 건 침몰 초기 청와대가 한사코 북한의 소행임을 부인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 직후 근처에 있던 속초함이 함포사격을 한 이유가 “새떼 때문이다”라고 했고, “처음에는 나도 안 믿었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그게 맞더라”는 해설까지 덧붙여줬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으로 ‘피로골절’이 대두됐을 땐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파도에도 그리 될 수 있다”고 말해 ‘저분은 대체 못하는 게 뭔가?’라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고, 국방장관이 국회에 나가 “북한이 그랬을 수도 있다”고 답변했을 때는 쪽지를 보내 발언을 취소시킨 적도 있다.

[서민의 과학과 사회]북한 어뢰와 유병언의 공통점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조사단은 침몰 현장에서 발견된 어뢰 추진부를 높이 들어올렸다. 사람들은 놀랐다. 추진부 뒷부분에 ‘1번’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으니까. 투박한 글씨체로 보건대 그 문구는 절대로 우리나라 사람이 쓴 것은 아니었다. 조사단은 덧붙였다. “1번이란 글씨는 제조 과정에서 기술자들이 써놓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성매직으로 쓰인 그 글자는 희한하게도 어뢰의 녹 위에 쓰여 있어 좌파들의 의혹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들은 몰랐다. 북한의 어뢰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 바닷속에서도 글자가 훼손되지 않고, 녹이 생길수록 더 진해지는 유성매직을 개발해 냈다는 것을. 그 후에도 좌파들은 수많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국방부는 말없이 가운뎃손가락 하나만 들어올렸다. ‘1번’이란 글자는 그만큼 확실한 증거였다.

2014년 7월21일 밤,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노숙인의 것으로 생각했던 시신이 뒤늦게 유병언의 것으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정부와 여당이 세월호의 진상규명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여서인지, 유병언의 체포야말로 석 달이 다 되도록 대한민국을 침울하게 했던 세월호 침몰사고의 최종판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에게 5억원이라는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던 이유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전 최고기록이 5000만원이 걸린 신창원이었으니, 유병언을 잡고 싶은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간다. 연인원 130만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되고, 현상금을 노린 수많은 사냥꾼들이 순천으로 몰렸지만, 유병언은 잡히지 않았다. 신도들이 목숨 걸고 유병언을 지킨다는 얘기도 있었고, 그에게 돈을 받은 정치권 인사들이 그를 비호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떠돌았다. 하지만 정말 허무하게도 유병언은 그보다 훨씬 전에 죽어 있었다.

발견 당시 부패가 심해서 지문 확인도 못할 정도라던 그 시체가 유병언인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시신의 엉덩이뼈에서 추출한 DNA가 유병언의 집무실에서 발견된 유전자와 일치했고, 또 구속기소된 친형과도 유사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사람의 DNA가 일치할 확률은 최소한 30억분의 1이니, DNA 한 방이면 유병언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4년 전처럼 좌파들은 여기에 대해 숱한 반론을 펴고 있다. 유병언은 술을 안 먹는데 왜 가방에 소주병이 들어 있느냐부터, 시체의 키가 유병언과 다르다는 식이다. 아니, 공부 안 하는 학생도 책가방에 책이 들어 있고, 가수 임창정의 키가 프로필에 적힌 대로 171㎝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좌파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필경 ‘더운데 겨울 파카를 입은 이유’가 뭔지, ‘지문 채취가 불가능하다더니 어떻게 갑자기 지문을 채취한 건지’, ‘2주 만에 시체가 백골이 되는 게 가능한지’ 등등 또 다른 건수를 찾아내 공격을 개시하리라. 하지만 경찰은 이렇게 한마디만 하면 된다. “너희가 DNA를 알아?”

1번 어뢰와 유병언 시신 확인은 둘 다 배와 관련이 있다는 점, 과학수사의 개가라는 점, 좌파들이 결정적 증거를 믿지 않는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지만, 둘 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게 가장 신통하다. 천안함의 진상이 밝혀진 건 6·2 지방선거를 2주 앞뒀을 무렵이고, 이번 시신 확인은 미니총선이라 불리는 7·30 재·보선을 불과 9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4년 전 선거는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궁금하다. 7·30 재·보선은 공통점이 될까, 차이점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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