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노는 시골학교… 교민 영어봉사 장학생 프로그램

2008.09.05 17:56

380명 농어촌 학교에 배치 “게임같은 수업 절로 웃음”

지난 4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하초등학교 6학년 영어수업 시간. 25명의 학생들이 영어로 떠듬거리며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어눌한 영어 표현으로 교실에는 웃음과 박수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수업을 맡은 교사는 재미교포인 이성민씨(21·미국 조지워싱턴대 시스템공학과 2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농어촌지역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을 위해 9월1일부터 시작한 영어봉사 장학생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교사다. 수업 도우미 이승철씨(28·경일대 국제통상과 2년)는 한국어에 서툰 이씨와 학생들 간의 대화를 도왔다.

포항 청하초교에서 4일 재미교포 이성민씨(맨 오른쪽)가 학생들에게 영어 대화법을 가르치고 있다.  백승목기자

포항 청하초교에서 4일 재미교포 이성민씨(맨 오른쪽)가 학생들에게 영어 대화법을 가르치고 있다. 백승목기자

청하초등학교는 학년당 학생수가 1학급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 이 때문에 학생들은 이 같은 수업 분위기에 신기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임한솔양(12)은 “영어수업 분위기와 내용이 전혀 다른 것 같아 재미있다”고 말했다. 강성환군(12)은 “동네 형에게 영어를 배우는 느낌이 들어 수업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며 “영어선생님이 6개월만 있다 떠난다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담임 황인철 교사는 “시끌벅적하지만 수업 집중력이 훨씬 높아졌다”면서 “원어민을 자주 대할 수 없는 농촌 어린이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5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유학을 간 교사 이씨 역시 고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뿌듯하다고 했다.

이씨는 “부모님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다”며 “고국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귀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학교 배치 전에 한국에서 받은 4주간의 교육이 지나치게 수업내용에만 치우쳐 있는 게 아쉽다”며 “학생들의 정서나 교감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또다른 영어봉사 장학생인 이헌승씨(22·재미교포)가 수업을 맡고 있는 충남 서천군 서면 서도초등학교의 영어수업은 게임 시간 같았다. 이씨는 “틀려도 좋으니 문법을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자유스럽게 해 보라”며 수업을 이끌었다. 학생들은 간단한 단어 하나로만 서로 이야기하며 수업시간 내내 웃음을 띠었다.

이원창군(8)은 “원어민이 수업한다고 해서 많이 긴장했는데 이젠 영어수업이 기다려진다”며 흡족해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반응이 좋자 2주일 후 문을 열 ‘영어 체험실’도 이 교사에게 교육 프로그램 구성 등을 맡기기로 했다.

교과부가 주관하는 해외 교민 영어봉사 프로그램에는 현재 380명의 해외교포 장학생이 선발돼 서울·대전·광주를 제외한 전국 13개 시·도 농어촌과 산골 학교에 영어보조교사로 배치돼 있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원어민 장학생들이 농산어촌 학생들에게 질 높은 영어교육 체험 기회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한국을 알리는 외교 홍보사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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