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동 ‘시드니서 화룡점정’

2000.09.01 19:16

프로야구 현대 임선동은 요즘이 야구를 시작한 17년 세월중 가장 행복한 때라고 말한다. 다승 공동 2위(15승)·방어율 공동3위(3.27)·탈삼진 2위·승률 2위(0.833) 등 모든 투수부문 성적표에 그의 이름은 상위에 올라 있다. 자신의 표현대로 인생의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는 셈이다.

시련과 좌절을 반복하며 투수 생명이 끝났다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받았던 임선동이 최고투수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은 그의 별명이 왜 풍운아인지 알게 해준다. 대형투수로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고교시절, ‘제2의 선동열’으로 불리며 국제대회에서 주목받던 대학시절, 그리고 해외진출의 좌절과 LG와의 잘못된 만남. 훈련부족과 의욕상실로 2군에서 세월을 보내던 임선동이 98년 현대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그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였다.

그러나 체중을 10㎏이나 줄이는 혹독한 동계훈련을 소화한 뒤 맞이한 올시즌은 확실히 달랐다. 볼스피드를 140㎞ 후반까지 끌어올렸고 특유의 칼날같은 슬라이더가 되살아났다. 성적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그의 목표도 점점 상향조정되고 있다. 구위 회복은 물론 전보다 훨씬 좋아진 공을 던질 수 있게 됐고 10승을 쉽게 돌파했다. 그리고 아무나 달성할 수 없다는 15승 고지까지 거칠 것 없이 올라왔다.

임선동에게는 당장 눈앞에 닥친 목표가 하나 있다. 올림픽 메달 획득이 그것이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꼴찌에 머물렀던 수모를 그는 잊을 수 없다. 현재 임선동의 구위는 한국대표팀 투수중 단연 최상급. 지난 6월25일 해태전 이후 9연승을 질주하고 있는데다 8월중에는 8회 이전에 물러난 경우가 한번도 없을 정도로 완벽한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쿠바 등 강팀과의 경기에서 임선동은 가장 가능성 있는 선발투수로 거론되고 있다.

임선동은 “이번 올림픽에서 애틀랜타때의 수모를 갚고 한국대표팀의 명예회복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유신모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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