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부진 코스분석 잘못 ‘예고된 참패’

2000.10.01 23:25

이봉주가 부진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경기를 지켜본 많은 전문가들은 애초에 이번 마라톤 코스에 대한 분석이 잘못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육상연맹의 현지 사전답사 보고서에는 이번 마라톤을 ‘포장된 길을 달리는 크로스컨트리 대회’로 표현하면서 역대 올림픽 최대 난코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결론을 내렸다. 또 표고차가 80m에 이르고 언덕이 많아 체력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2시간13~15분대의 기록이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은 아주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표고차는 실제 30m도 되지 않았고 우승기록도 올림픽 최고기록에 불과 50초 뒤진 2시간10분11초로 작성됐다. 코스 난이도는 황영조가 금메달을 땄던 바르셀로나 올림픽때보다 훨씬 떨어지는 코스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또한 철저한 체력 싸움이 될 것이라던 분석과는 달리 스피드가 뛰어난 아프리카 선수들이 1~3위를 휩쓸고 지구력이 좋은 유럽 선수들은 모두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을 정도로 승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요소는 스피드였다.

경기 1주일 전 같은 코스에서 벌어진 여자 마라톤에서 1~3위가 모두 종전 올림픽 최고기록을 깨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봉주도 우승을 하려면 최소한 2시간10분대에 끊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에 대비할 시간은 없었다.

레이스가 중반에 접어들어 이봉주가 페이스를 한창 높이던 시점에서 넘어지는 불운을 당한 것도 이봉주로서는 치명타였다. 선두그룹에서 뒤처진 이봉주는 무리에 파묻히지 못하고 혼자 바람을 맞아가며 추격을 벌여야 했고 이 때문에 레이스 리듬을 잃은 이봉주는 오버페이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코스분석을 토대로 훈련을 받아온 데다 경기 당일 불운까지 겹친 이봉주에게 2시간17분57초의 기록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시드니/유신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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