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사인 훔쳐보기’공방

2000.11.01 19:01

‘덕장’ 김인식 두산감독(53)과 ‘지장’ 김재박 현대감독(46)이 벌이는 신경전이 뜨겁다. 급기야 그 싸움은 양 구단간 미묘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신경전은 두산 김감독이 31일 벌어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난 뒤 경기도중 현대가 사인을 훔쳐보고 있다는 요지의 말로 포문을 열면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8회말 현대공격 때 2루 도루에 성공한 현대 박재홍이 투수 박명환의 사인을 훔쳐 손짓으로 전달했다는 것이었다. 화가 난 박명환은 타석에 들어선 박경완을 상대로 빈볼을 던졌다. 김인식 감독은 “사인을 훔쳤다고 해서 우리 선수들이 흥분한 것은 수양이 덜된 것”이라면서 현대의 사인훔치기를 역설적으로 비난했다.

두산측 주장은 현대의 사인훔치기가 한번이 아니라는 것. 두산의 1차전 선발투수 조계현은 “1차전 때도 4회 2루주자였던 이숭용에게 주의를 주었다”면서 “이숭용의 손놀림이 투·포수의 사인대로 움직였으며 2차전때 박재홍도 비슷했다”고 밝혔다. 주자가 의심받을 행동으로 투수로부터 주의를 받았다면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게 선수의 도리라는 것.

반면 김재박 현대감독은 1일 “주자가 손끝하나 움직이지 않고 로봇처럼 서있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4-2로 리드하는 상황에서 남의 사인까지 훔쳐볼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경기에서 졌다고 패인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도리가 아닐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신경이 날카로워진 팀(두산)이라 그 상황에서 오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정히 의심스럽다면 투·포수의 사인을 바꾸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대측은 확실한 증거도 없으면서 애꿎은 타자에게 위험한 빈볼을 던지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어쨌든 두산 김인식 감독은 공식적으로 3차전 선발을 예고하지 않음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반면 현대 김재박 감독은 ‘사인훔치기 주장’을 2연패에 몰린 두산의 분위기 반전을 위한 카드라고 보고 소속 선수들에게 “동요하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다.

〈이기환기자 lkh@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